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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Apr 02. 2021

사실을 기반하지 않은 의심

샘플 3-12

2019년은 참 고되고 힘들었다. 일도 일이었지만 사무국이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으로 어려웠다.

그럼에도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의 회의에서 샘플3이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총회는 끝나면 한 달 정도 사무실 문을 닫고 모두 쉬는 시간을 가지는 걸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나도 너무 지쳐있는 찰나였다. 아주 오랜만에 각자의 생각이 일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총회는 서면(온라인)으로 진행되게 되면서 일주일 정도 미뤄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제안했던 휴식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기다리다 못한 다른 동료가 총회가 미뤄졌으니 우리 계획되었던 휴식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물었다.


"네? 무슨?"


샘플3은 본인이 한 말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말한 것을 까먹은 것도 그 말을 철회한 것도 아니었다. 그 말을 한 것 자체를 잊은 것이다. 우리는 그 말을 했던 상황을 비롯하여 했던 말까지 거의 비슷하게 재연해 냈다. 하지만 그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두 분이 짜고 저한테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신가요?"


헛웃음이 나왔다. 그럴 이유도 없었지만 그럴 정성을 쏟을 여력도 없었다. 바뀐 총회 방식으로 정신도 없었다. 했다니까 믿긴 하겠지만 자기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며 부정하는 샘플3을 보고 있는 것은 괴로울 정도였다. 의심받을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의심을 받고 있었고, 의심할 것이 아닌데 그는 우리도 자신도 의심하고 있었다.


샘플3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겠노라가 아니라 고민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부정임을 알기에 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실망감이 매우 컸다. 그리고 그는 고민해 왔고, 최악의 수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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