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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Apr 03. 2021

최악의 수

샘플 3-13

샘플3은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 일에 대해 고민을 해서 가지고 왔다. 한 달을 쉬겠다고 했던 일정은 각자에게 1주일의 휴가로 대처되어 제안되었다. 제안되었다고 말했지만 결정되어서 던져졌다. 문제는 휴가 날짜가 논의한 일정이 아니었다는 것에 있었다.

이미 손주를 봐주기로 약속되어 있어서 일정을 공유했던 동료에게 엉뚱한 날짜에 쉬라고 했고, 나에게는 외부 회의와 방송으로 인해 5일 중에 3일을 업무를 해야 하는 주에 쉬라고 했다.


우선은 쉬는 것으로 정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날짜를 정해주는 것은 맞지 않고, 각자의 일정을 고려해서 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해준 날짜는 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은 "왜 쉬게 해 준다는데도 뭐라고 하죠?"였다. 당연히 1주가 아니라 2주 정도는 쉬어야 한다는 말은 가볍게 무시되었다. 

그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기왕 쉬기로 했으면 서로 기분 좋게 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한 달을 쉰다고 했다가 일주일로 줄은 것인데 그마저도 날짜를 지정하면 어떻게 하냐고 나는 그 다음주나 앞 주에 쉬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두 사람이 동시에 쉬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래 다 같이 한 달을 쉬자고 했었으면서 갑자기 사무실을 비우는 것이 안된다니? 자신이 한 말이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럼 동시에 쉬지는 않을 테니 날짜를 조정하자고 했다. 샘플3은 거절했다.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은 기억도 안 나는 일이지만 두 사람이 우기니까 쉬게 해 줬는데 자기가 왜 그 말까지 들어야 하냐고 했다. '기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다시 한번 조정을 시도 하자 그는 "그럼 없었던 일로 합시다."라고 하더니 회의를 끝냈다.


결국 회의 후에 다른 동료가 어르고 달래서 그 동료는 손주를 봐줄 수 있는 날짜로, 나는 그냥 샘플3이 정해준 날짜에 쉬기로 했다. 사실 이런 식의 타협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우기는 바람에 다른 동료마저 쉬지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 싫었다. 말은 '쉬는 날'이었지만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최악의 결정이었다. 다른 동료가 없다면 샘플3과 나만 사무실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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