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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Apr 04. 2021

소통

샘플 4-6

전국 단위의 큰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전국 단위에서 나를 포함한 두 사람에게 참여를 제안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더라도 내가 지역의 실무자이기 때문에 지역조직에서 참가자의 교통비를 반 지원해 줄 수 있냐고 물었고, 가능할 것 같다는 말과 예산상으로는 전액도 가능할 수 있으니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참여 독려에 대한 홍보를 해야 하냐는 물음에 최대 참석 가능 인원이 적어서 지역 안배를 하고 있다며 추가 홍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게 나와 전국 조직과 나의 대화였다. 이 대화는 샘플4와 전국 조직이 이전에 통화를 한 뒤 이뤄진 대화였다.


그런데 샘플4대화방에 그런 행사가 있고, 본인이 그 행사에 두 명이 참석할 수 있도록 했으니 지역도 홍보를 해 달라고 글을 올렸다. 전국 조직과 대화 이후 각종 회의 준비로 내용이 공유가 되어 있지 않았던 상황이라 그녀의 글이 올라온 김에 지역조직이 비용을 지원하는 부분과 이런저런 이유로 추가 홍보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랬더니 단박에 나온 대답이 본인은 못 들었으니 전국 조직과 전화를 해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역조직의 사무를 맡고 있음에도 내가 전국 조직과 소통한 것을 못 믿겠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내 통화가 더 최근의 통화였다. 다른 사람이 그 내용을 보고 사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최종 확인을 한 뒤에 이야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그래도 본인이 확인해야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이게 참 어이가 없었던 것은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저렇게 튀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반대하려고 기다리는 청개구리 같았다.


그리고 샘플4는 내게 득달같이 전화를 했다. 민원인이랑 통화 중이어서 받지 못하고 끊은 뒤 바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본인한테 빨리 말해줬으면 쓸데없이 사람들한테 홍보 안 했을 텐데 자존심 상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리고 사무를 맡고 있는 내가 전국 조직과 소통을 하면 본인이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두 번 세 번 연락을 해야 하니 전국 조직과 소통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황당했다. 그리고 조금은 화가 났다. 그 날은 나도 참지 않았다. 내가 확인한 부분을 왜 당신이 또 확인해야 하는 거냐고 묻자 일이 꼬이고 헛갈리고 라며 횡설수설했다.

샘플4의 말대로라면 사무처는 왜 있는 것일까? 소통창구는 당연히 하나면 좋다. 하지만 그녀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일을 하지 않는다. 이전에 다른 사람이 본인의 위치에 있을 때 욕하던 행동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는 전국 조직과 뭔가 결정하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대화의 많은 것은 실무적인 것과 집행하는 것이다. 이번의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실무적인 걸 전국 조직과 대화하는 것조차 불만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대화를 마친 뒤 전국 조직의 담당자가 해당 내용의 전화를 받으면 당황할 것 같아서 알려주려고 전화했더니 벌써 통화 중이었다. 아마 그녀의 전화려니 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흐른 뒤 전국 조직 담당자가 내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말했다. 전화 갈 거라고 전화한 거였는데 이미 통화하신 모양이라고. 담당자는 그녀의 전화에 타지의 길바닥에서 30분을 통화했다고 한다. 그는 그녀와의 대화를 일부 정리해서 내게 전해줬다. 어이없게도 왜 전국 조직이 나와 그녀의 관계에 대해 중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겉으로 뭔 문제가 일어났어야 중재를 하지 않겠나, 심지어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도 없다. 오히려 샘플4의 이런 식의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내가 중재 요청을 하고 싶은데 말이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고 해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는 했던 말이 가관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했지만 내용은 이랬다. 그녀가 나보다 많이 알아야 하는데 전국 조직이 나와 소통해서 본인이 모르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나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자는 것인데 무슨 막말인가 싶었다.  아, 정말이구나 그녀는 나를 견제하고 있구나 하고 깨닫고 말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국 조직과 지역조직 실무자 혹은 담당자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질투하며 대화를 하지 말고 본인한테 더 말해달라는 조직의 장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리고 생각해보면 샘플4가 먼저 통화한 것이었고, 먼저 내용을 공유해 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변동사항'이라고 판단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장의 이름으로 어딘가에 가서 발언한 것조차 공유하지 않으면서 내가 공유하지 않은 것에는 서슬퍼런 칼날이 들이밀어졌다. 억울하다면 억울했다. 전국 조직이 내게 내용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것을 이행했을 뿐이었다. 그녀의 말은 그런 줄도 모르고 홍보를 해서 본인이 우습게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중점적이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고는 이것저것을 일렀다고 한다. 나한테는 직접 드러내지 않았던 불만이었다. 아마 나쁜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동안의 감정이 쌓여서 얘기도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 감정의 벽을 내가 쌓은 것처럼 말했다. 공과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로 무슨 정치를 하겠다고 돌아다니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전국 조직이 내게 부탁했다. 그녀에게 친절함을 2도만 더 올려달라고, 그리고 당분간은 그녀와 더 소통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라고 했다. 오히려 그녀와 더 소통하라고 격려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전국 조직과 대화하게 되면 그녀에게 알려주겠노라고도 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전국 조직이 이런 사소한 것이 힘들지 않게 하라고도 덧붙였다. 담당자는 대화 중에 내게 부처가 보인다고 했다. 과찬이었다. 나도 열 받아서 여기저기 이르고 투정을 부렸다. 그걸 공적으로 발화시키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에는 화가 많이 난 게 맞았지만 그녀의 어린애 같은 행동에 마음이 차게 식어 버렸다.


내가 없는 게 여기저기 다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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