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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의

2016-01

by 김토로

첫 회의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회의였다. 20대의 여성 활동가가 심의를 한다는 것에 따가운 눈총이 있었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인정이 되었지만 심의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설계자 등)은 '네가 뭔데.' 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그래서 그런지 몇 해가 지나도 무시하는 발언, 위협 등이 수시로 발생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철면피를 깔고 말하는 것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궁금한 것과 알게 된 것을 위주로 정리했다. 그런 날 것의 말들을 공유해 보려 한다.


(2016년 기준 작성된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1. 한참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오는 시기였다. 법이 살짝 바뀌면서 사업성이 좋아졌다고 했다.

흔히 알 듯, 태양광발전시설은 신재생에너지(인정하지는 못하겠지만 친환경에너지)로 분류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업을 하는 이유를 보면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 친환경발전을 통해 환경을 지키고,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키겠다.

개인 소유의 땅이니 애석하게도 그냥 안 된다고는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사업성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소득이 높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한다.

신세계라고 불리었던 발전차액제도의 변경으로 일반인들은 태양광발전시설로 빠른 시간 내에 소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차라리 훼손된 나지에 패널을 세워서 만든다고 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멀쩡한 산의 나무를 잘라내고 태양광발전시설을 건설한다는 것은 환경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백 번을 이야기해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2. 법은 평균경사도가 어느 정도 이상되면 개발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경사도는 프로그램을 돌려서 산정하게 되는데 그 당시 논란이 되었던 것은 기존의 공사(부지조성)를 통해서 만들어진 인위적인 법면에 대한 경사도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실측을 할 것인지, 과거의 자료를 가지고 할 것인지였다. 신청되어온 산림은 좋은 산림이었고, 기존에 조성된 부지 또한 좁은 곳은 아니었다. 법면에 대한 경사도를 재산정하도록 했고, 그 이후에 다시 보기로 결정되었다.


3. 경사도처럼 기준이 되는 것이 '임목축적'이다. 산림의 나무가 몇 그루나 있고, 어떤 나무가 있는지 등을 조사해서 산림조사서나 입목조사서를 작성하고 그것을 토대로 해당 부지의 임목축적을 구한다.

임목축적은 1ha의 숲의 나무를 다 잘라서 갈아서 1m×1m×1m인 상자에 넣었을 때 몇 상자나 나오는지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를 해서 산출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임의로 구하려면 나무별 수간재적이 필요하다. 수간재적은 서있는 나무의 부피를 임의로 결정해 놓은 것이다. 이 수간재적은 산림청에서 제공하고 있고, 수종별로 분류가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상수리나무의 수고(키 혹은 높이)가 20m, 흉고직경(조사자 가슴높이의 나무 지름)이 20cm라고 할 때의 수간 재적은 0.2876㎥이다. 1m×1m×1m인 상자에 상수리나무를 갈아 넣었을 때 약 28% 채워진다는 의미다.

지역별 조례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지역은 평균임목축적의 150% 이상이 되면 개발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평균이기 때문에 이것을 넘을 수 있는 곳은 보호지역에 가까운 지역 빼고는 거의 없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보호 혹은 규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례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결국 4년이 지난 뒤, 대학원 졸업논문을 관련된 논문을 쓰고 말았다).


4. 환경 파트로 들어갔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내적 갈등이 컸다. 그런데 서류를 보면 볼수록 그럴 수만은 없었다. 경관 문제도 봐야 했고, 건축에 대한 부분도 알아야 했고 필요하면 지적도 해야 했다. 차폐식재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또 환경하고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시작했으니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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