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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Apr 27. 2021

토종닭

아는 분이 개량된 종이 아니라 복원된 토종의 닭을 키우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때마침 알을 낳았다고 해서 10알을 얻었다. 집에서 직접 부화시켜서 키우고 있기 때문에 고향에 내려갈 때 엄마랑 아빠한테 줄 선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벌써 1년이 넘은 일이다.

10개의 알은 시내버스를 타고, 고속버스를 타고, 덜컹덜컹거리면서 시골까지 왔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21일이 지난 뒤, 10개 중에 부화가 된 것은 3알뿐이었다. 수탉 2마리에 암탉 1마리였다. 뭐 그때는 삐약삐약 병아리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커가는 과정을 보지는 못했다. 오랜만에 왔더니 쑥쑥 자라서 장성한 자식이 되어 있었다. 내가 데리고 와서 깨고 커서 그런지 뭔가 애정이 갔다. 개량된 다른 닭들 보다는 크기가 작지만 윤기도 좌르르 흐르고, 잘생겼다. 내 자식이라서 그런 거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렇다. 하하.


수탉 두 마리는 잘 생겼고, 암탉은 벼슬이 연한 분홍색으로 참 예쁘다.


목청도 얼마나 좋은지 다른 닭들보다 청아하고 맑다. 시작도 좋고, 마무리도 잘한다. 못자리를 하느냐고 하우스에 계속 같이 있었더니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게 어색한지 계속 울어서 조금 시끄러웠지만 괜찮다. 노래까지 잘하다니 뿌듯하다. 


아직 자손을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언젠가는 알을 낳아서 토종닭의 명맥을 이어가 줄 것이다. 그럼 나는 손주를 보는 건가?




사실 우리 집에는 수많은 종류의 닭들이 있다. 백봉오골계도 있고, 청계도 있고, 그냥 오골계도 있고, 닭도 있고 짬뽕도 있고, 진짜 진짜 많다. 그중에는 내 뱃속에 들어갈 예정인 애들도 있고, 일용할 달걀을 아주 많이 주는 녀석들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닭들과는 생김새도 색도 다르지만 다들 친하게 지내고 싸우기도 하고, 사람을 구경하기도 한다. 수탉들의 주요한 일은 시간과 관계없이 꼬끼오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여러 종류의 암탉, 등에 털이 뽑히지 않고 깨끗한 애들인 것을 보니 자손을 남기지 않은 모양이다


병아리가 모두 노란색이 아닌 것이 참 재미있고 귀여워서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다른 집에 가서 클 아이들이지만 오늘도 부화기에서 새 생명들이 깨어나고 있다. 물론 엄마 닭들이 품고 있는 알도 있다. 그 작은 부리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늘 봐도 새롭고 신기하다. 우리 토종이들도 언젠가 자기들 닮은 귀여운 병아리들을 볼 수 있겠지? (팔불출 중)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들, 각양각색으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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