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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Apr 28. 2021

교육비

샘플 3-23

어떤 교육이 있었다. 업무와 관련된 교육이었고 듣고 싶었던 교육이라서 들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나 역시도 교육의 정확한 내용을 몰라서(알았다면 들을 필요도 없겠지만) 어떤 교육이라고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혹시 교육비 지원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교육비 3만 원, 큰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업무와 관련된 일이니까 도움이 되는 교육이니까 안되냐고 한 세 번은 물었던 것 같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안돼.", "알아서 해."였다.

치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사무실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번의 교육이었다. 마지막 교육이 있던 날 "이번이 마지막이지?"라는 기분 나쁜 소릴 들었다. 본인이 동의를 했어도 매주 자리를 비우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넘어갔다. 아침 11시 19분 기차를 타야 하는데 10시에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가라는 거지 같은 불합리함도 다 참아냈다. 교육을 듣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사무실에 돌아오니 동료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 교육 가던 날, 가고 나니까 '왜 교육비 신청을 안 하지? 신청 안 하려나?'라면서 이야기하던데?"라고.

나한테는 안된다, 알아서 하라고 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는 맘 좋은 사람처럼 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육이 끝난 시점에서까지도 왜 나한테는 직접 교육비 신청하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인가? 정말 장난하나?


해당 교육은 사무국의 업무방식의 불합리함을 고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를 배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운영위원회에 보고를 했다. 관련된 교육을 들었고, 적용하면 좋을 것들이 있어서 중앙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샘플3은 나에게 그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돌아서 생각해보니 나도 좀 짜증이 났다. 그래서 교육비는 신청하지 못했지만 서울로 다녀온 교통비를 신청했다. 교육비는 몰라도 교통비는 신청해봤다. 못된 심보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다음부터는 업무 관련된 교육이면 그렇다고 말해라."였다. 말했다. 분명히 말했다고 말하니 "아니."라고 했다. 내가 말했다는데 그냥 아니라고 한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면 사실이 아니라는 걸까? 그렇다면 다른 동료에게 왜 교육비 신청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일까?

결국 내가 정확히 어떤 교육이라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관련된 교육이라고 했고, 그래서 교육비도 말한 것이 아니냐 했더니 또 입을 다물었다. 대화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입을 다무는 꼴은 더러워서 보기 싫을 정도였다.


그런 말이 있다. "나 누구랑 얘기하는 거니?"

아주, 정말, 진짜 공감 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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