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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y 11. 2021

생색

샘플 3-34

어떠한 민원을 접수했다. 불법적인 일이었고, 확실한 증거도 있는 민원이었다.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다면 오랜 시간 고생해 온 사안 하나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사무실에 알렸다. 샘플3은 나를 이 일의 담당자로 정했다. 내가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나에게 하라고 말했다.

법을 뒤지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반박할 수 없는 증거들을 첨부해서 자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샘플3은 내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서류를 심지어 상의도 없이 본인의 이름으로 보내버렸다. 그걸 쓰겠다고 며칠을 온갖 서류를 보고 검토했는데 오로지 민원의 내용으로만 생색은 샘플3이 냈다. 보충한 자료가 붙지 않으면 관심도 끌지 못할 내용이었다.


사실 그의 이름으로 보내는 것은 관계가 없다. 누구의 이름으로 나가든 조직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한테 맡기기로 했으면 최종적으로 서류를 보낼 때는 나랑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 것이었고, 더욱이 내가 출근하기 전에 서류를 보냈다면 보냈다고 말이라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서류를 보낸지도 모르고 나는 출근하자마자 자료를 보충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샘플3은 본인이 할 거라고, 그렇게라도 이야기했어야 했다.


나는 당연히 나의 일을 하고 있었다. 쓸모없는 짓이었다. 이런 식으로 성과도 없이 일이 대충 마무리될 것이었다면 왜 긴 시간을 고민해 온 것인지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나쁘게, 아니 말 그대로 헛지랄을 한 것이었다. 정말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재미있어하고, 열심히 하는 일에 대해서 이런 식에 대해서 은근히 방해를 하는 샘플3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정말 하고 있던 모든 일들을 하고 싶지 않아 졌던 그런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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