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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감성 Jun 20. 2019

던킨에서 맨하탄드립커피가 사라졌다

산을 오르던 중 발견한 쌓인눈의 모습이에서 던킨의 스퀘어 도넛이 연상되어 사진에 드로잉을  한 작품이다.

나는 던킨커피를 좋아한다. 나에게 던킨커피라 함은 던킨드립커피를 의미한다. 나는 던킨드립의 특별한 맛을 좋아했다. 얼마 전 던킨을 갔다가 맨하탄드립을 주문하니 이제 판매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충격이었다. 가격과 맛과 소소한 이벤트로 재미를 주던 맨하탄드립이 없어지다니!!!



"저희 점포에서는 이제 하탄드립이 판매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매장에서 판매되지 않나요?"


"점포에 따라 차차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 던킨에서 드립커피가 아주 없어지다니!!


 처음에는 충격적이었고 조금 있다가는 슬퍼졌다. 나의 삶에 작은 즐거움이 하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드립커의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메뉴판에서도 메뉴명이 한쪽 구석으로 빠져서 잘 안보였고 언제부턴가 메뉴이름이 안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맨하탄드립을 주문했다. 또한 던킨에서 주력 커피가 에스프레소 베이스로  점차 바뀌면서 드립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덕에 나는 매번 드립커피을 마시러 가면 바로 내려주는 신선한 커피를 마시는 작은 호사를 누렸다. 물론 드립커피를 온전하게 새로 내려야 하기 때문에 오래 걸리긴 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매번 기다렸다. 그런데 이젠 아예 마실 수 없게 되었다.




던킨에 가서 커피를 주문할 때 나는 항상 맨하탄드립을 주문했지만 가만히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것을 들어보면 드립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은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아메리카노와 라테를 주문한다.  하기사 내 주변에 지인들도 던킨드립커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에스프레소 베이스 제조 커피로 바뀌면서 커피 가격은 서서히 올라갔다. 던킨커피의 시작은 드립 커피였으나 이제는  완전히 에스프레소로 바뀌었다.




내가 던킨 드립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던킨드립커피만의 특유한 맛과 향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 던킨이 국내 자체 로스팅을 시작하면서 그 특유한 던킨만의  맛이 사라져 버렸다. 내 기억으로 국내 자체 로스팅을 하면서는 원두 판매량은 늘이기 시작했고 오리지널드립커피가 사라지고 드립커피 이름도  맨하탄드립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맨하탄드립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맨하탄 드립이 특별한 것인 양. 맛은 진해졌고 던킨의 원래 맛의 컬러는 바뀌었다.




드립커피는 던킨 커피 메뉴 중 제일 쌌다 2,300원! 11드립커피의 가격은 1,800원이었다. 그때는 정말 부담 없이 좋아했더랬다. 매일 던킨에 출근 도장을 찍었고 그 덕에 많은 이벤트에 종종 당첨되어  던킨 로고가 새겨진 쿠션, 컵, 휴지통  여러 물품을 몇 개씩 갖게 되었다. 그중 휴지통과 컵은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11년 전 받은  물건들을 말이다.

이벤트로 받았던 던킨 컵


던킨 오리지널 드립이 1,800원에서 2,100 원으로 올라갈 때 나는 화들짝 놀랐다. 그 후로 점점 던킨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표면적으로는 300원 인상이지만 종종 가던 내게는 300원 인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이렇게  올라가다가 판매 종료 전에는 2,300원이었더랬다.



2008년 던킨 실내 모습을 파스텔로 그려보았다. 이 시절에는 주로 던킨에서 그림을 그렸다.

 

던킨에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는데 레이니데이라고 비가 오는 날이면 해피포인트 앱에서 1,500원 할인 쿠폰을 준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면 기분 좋게 1,500원 쿠폰을 받아서 맨하탄드립을 800원에 마시곤 했다.



2018년 던킨 실내 모습을 컨투어 드로잉 기법으로 그려보았다. 작년 무더운 8월 이날 먹은 감귤 슬러시는 의외로 맛이 좋아 기억에 남는 날이다.


나는 궁금해서 던킨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제가 던킨 커피 중에 맨하탄드립을 가장 좋아했는데 그 메뉴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진짜 인지 궁금해서 문의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네 그 메뉴는 점포에 따라 다르게 중단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강남 본사에서는 맨하탄드립을 마실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은 알아보고 문자로 메시지 드리겠습니다."


나는 혹시 싶은 마음에 아직 드립이 하는 곳이 있으면 가서 마실 요량으로 문의를 했다. 나의 던킨드립커피 사랑을 이렇게 인사도 못하고 헤어짐이 아쉬웠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고객센터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문의하신 맨하탄드립커피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는 아니나 강남역 인근 점포에서는 취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앗! 역시 내 예상대로 본사의 방향이 드립커피 중단인듯하다. 던킨드립커피를 이곳저곳에서 마셔보았지만 관리가 가장 잘 되던 곳이 강남 본사과 강남 인근이었다. 본사는  드립커피를 내려두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커피를 버리고 새로 내려주며 관리를 저히 했다. 그리고 강남은 유동인구가 많아 회전율이 좋아서 개인 점주라 할 지라도 어느 정도 맛이 보장이 되었다. 본사와 강남 인근에서 드립을 마실 수 없다면 이제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봐야 한다. 슬프다.




좀 서운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2019년 1월을 기점으로 사명을 DUNKIN' DONUTS에서 줄인 DUNKIN'으로 정식 변경하였다고 한다. 어쩐지 지난번에 갔을 때 컵에 던킨도넛이 아니라 던킨이라고 되어있었다.



지난 3월에 던킨에 갔다가 그렸던 그림을 다시보니 컵에 도넛이 빠졌다



일부 매장은 이미 도넛이라는 이름을 빼고 차차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한다. 강남의 던킨 매장은 DUNKIN'으로 이미 변경되었다. 본사 차원에서 도넛을 빼고 이젠 캐주얼한 도넛숍아닌 전문 커피숍으로 방향을 전환한 듯하다. 도넛도 몇 가지 종류를 없앳다고 하더니 그래서 였을까? 지난번 도넛을 먹을까 해서 매대를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넛이 안 보이더라니..




즐겨먹던 단백한 던킨 클래식 도넛이다


던킨은 던킨커피의 시초인 드립커피를 버리고 도넛도 일부 버리고 이젠 전문 커피숍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싸지도 않다. 요즘 대세인  밀크티도 판매하고 있다.




요즘 핫한 흑당밀크티가 던킨에서는 블랙버블 밀크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고전의 던킨 다움을 모두 버리고 새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스타벅스커피도 사명을 커피를 버리고 스타벅스로 바꾸었다. 커피시장의 오너들이 새로움을 꾀하고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기업도 변해야 살고 자본주의 사회에 돈을 벌기 위해 달리는 것이 맞다. 변화는 혁신적일수록 섹시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던킨의 원래 색을 다 집어던진 던킨의 모습에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던킨 애호가였던 한 시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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