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께 대접할 떡만둣국을 연습하며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비건 식탁>

by Lara Kim

다음 주, 스님을 뵙기로 했다.

요리를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하고 나니 어떤 음식이 좋을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스님이 계신 곳은 깊은 산중이다.

웅장한 돌들이 산을 둘러싸 우뚝 서있고,

바람이 많이 불 때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분다.


뜨끈하고 푸근해서 먹을 수록 몸과 마음이 풀어지는 음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이 가까워져서인지 자연스럽게 떡만둣국이 떠올랐다.

한 그릇 먹고 나면 마음끼지 데워지는 느낌일 테다.


요건은 감칠맛. 마늘을 쓰면 좋겠지만 스님은 오신채를 드시지 않는다.

비건 액젓을 쓰자고 하니, 성분이 마음에 걸리고.

고수를 좋아하신다는 말이 떠올라, 파 대신 고수를 넣어볼까 고민했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할 때, 그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알맞은 재료와 조리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은 그 요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연습 삼아 집에 있는 재료들로 한 번 끓여보기로 했다.

냉장고에는 양파와 당근, 애호박, 말린 표고버섯, 팽이버섯이 있었다.

들깻가루와 김, 생강 우린 물, 파슬리 페스토도 남아 있었다.

냉동고에는 한살림 채식만두가 있어 오늘은 만둣국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파는 최대한 얇게 썰어 현미유를 두른 냄비에 소금과 함께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았다.

채소를 볶을 때 소금을 먼저 넣는 편이다.

소금이 채소의 수분을 천천히 끌어내 주면서 따로 채수를 쓰지 않아도 국물의 바탕이 만들어진다.

요리를 오래 하지 않아도 맛이 깊어지는 방법이다.


당근도 같은 방식으로 볶아 숨을 죽이고, 애호박과 팽이버섯을 더했다.

간장 한 스푼, 들깻가루를 넣어 고소한 향을 입힌 뒤

생강을 우린 물을 붓고 천천히 끓였다.

겨울 국물요리에 생강은 맛보다도 몸과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한다.


보리국수는 반으로 끊어 넣고

한살림 채소 만두도 함께 넣었다.

말린 표고버섯은 손으로 뚝뚝 끊어 넣었다.

칼로 자른 모양보다 손으로 찢은 버섯이

국물 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마무리로 파슬리 페스토, 김가루, 참기름을 살짝.

한 그릇을 떠서 맛을 봤다.


역시, 감칠맛이 조금 아쉬웠다.
한살림 채식만두는 풋내가 있어 만둣국보다는 찐만두나 군만두에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시중의 다른 비건 만두들도 떠올렸으나 재료의 출처가 마음에 걸렸다.


수행자에게 대접하는 음식이니 더더욱 재료 선택에 신중을 가하게 된다.

직접 만두를 빚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부와 표고, 애호박으로 담백하게.
채수에는 다시마를 더하고, 느타리버섯을 볶아 국물의 층을 만들고,
마무리는 파슬리 대신 스님이 좋아하시는 고수로.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준비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연습과 정성을 요구하지만, 그래서 요리하는 과정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음식에는 ‘정성’이라는 말이 붙는 건 필연적이다.




다음번을 위한 나의 메모


스님께 대접할 떡만둣국 연습 2


1. 얇게 썬 양파 (1개) → 당근(1/3)과 (당근과 동량)순으로
기름 두른 냄비에 중약불에서 소금 넣고 볶기


2. 애호박(1/2),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불린 표고버섯
간장 1T 넣고 볶다가 고운 들깻가루 1/2cup 넣기


3. 생강·다시마, 표고버섯 우린 물(1.5L)과 캐슈밀크(1C:500ml)를 채수로 넣고 끓여 간 맞추기

4. 직접 빚은 만두 넣고 6분 정도 끓이기


5. 떡국떡 넣고 1분 더 끓이기


6. 마무리: 고수 페스토, 김가루, 들기름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일은 그 사람을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오늘보다 조금 더 스님에게 가까운 한 그릇을 끓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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