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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Feb 26. 2020

11 지루해지기

넷째 주 - 내면의 안내와 함께하기

 세상에 만연해 있는 생각은 ‘바쁜 게 좋은 것’이다. 하지만, 바쁠수록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바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나 자신과 만나고, 내 안의 욕구를 찾을 시간이 없는 삶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없다. 바쁨은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가장 큰 적이다.


 반대로 지루함은 창조성이 시작되는 곳이다. 더 느리게 갈수록 더 창조적이 된다. 지루함은 내면의 욕구를 찾아내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다. 자신을 안내하는 내면의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으려면 최선을 다해 삶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지루함은 피해야 하는 소모적인 상태가 아니라, 반드시 시간을 내서라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우리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이루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기며 사는 삶을 꿈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사는 법을 이미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 것을 다그친다. 조금만 쉬려고 해도 한심하다는 생각에 시달리며 도무지 쉴 수가 없다. 이렇게 있다가는 나만 뒤처지고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도 올라오고, 주변 사람들도 나를 한심하게 볼 것 같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는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가족도 친구도 누구도 내가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나에게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시간을 허락하지 못한다.      


 이미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삶에서 지루함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한 주 동안 무언가 보고 듣는 행위를 의도적으로 멈춰보자.


먼저 습관적으로 보던 TV나 영상을 멈춘다. 일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SNS와 인터넷 검색, 책 읽기도 모두 멈춘다. 운전할 때 차 안에서 생각 없이 틀어놓는 음악이나 방송도 멈춘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음악을 듣고 싶다면 몰입해서 음악을 듣늗다.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해서 즐긴다. 다만 생각 없이 계속 보고 듣는 행위를 멈추는 것이다.


 모든 것을 멈춘 삶을 상상만 해도 비명을 지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서둘러 정신없이 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일단 멈춤’을 할 필요가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멈출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관찰해보자. 아마도 ‘지루함’보다는 ‘불안’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무언가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은 생각보다 거대하게 삶을 지배하고 있어서, 무언가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어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듣던 행위들을 멈추고, 밀려오는 불안을 그대로 마주하고 나면, 비로소 내면의 감정과 욕구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피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삐 움직이는 것으로 피한다고 마주해야 할 감정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다시 무언가 하는 것으로 도망치지 말자.

 

 불안한 마음이 들수록 호흡을 깊고 느리게 하며, 얼마나 정신없이 마음을 빼앗기고 살아왔는지 알아차리자. 무언가 계속하게 하는 이 조급한 마음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었는지 돌아보자. 또 보고 듣는 것을 멈출 때의 불안은 어떤 강도인지, 불안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자. 멈추었을 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가만히 지켜볼 때, 그 안에 삶의 중요한 키워드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한편, 모든 것을 멈추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루 단위로 계절이 바뀌어가는 숲, 매 순간 색이 달라지는 하늘빛, 언젠가 시간 내서 하려고 미뤄왔던 책상 정리, 기대감에 부풀어 구매했지만 몇 번 만져보지 않고 방치했던 악기.... 그동안 일상에서 늘 보면서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올 때, 마치 꿈에서 깬 것처럼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 것이다. 그 느낌이 바로 ‘지금, 여기’로 돌아왔다는 증거이다.


 무언가를 보았다면 움직이고 싶은 욕구도 자연스럽게 들 것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자. 미뤄왔던 청소든, 철 지난 옷 정리든, 뜨개질이든 무엇이든 좋다. 지루해진 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관찰하자. 또 무언가 하고 나서 어떤 기분이 드는지도 관찰해보자.


 지루함을 연습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영향을 주는 연습이다. 이 연습에 도전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거나, 시작했어도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나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멈추지 않으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보석 같은 창조성의 비밀들이 지루함의 시간 속에 숨겨져 있다. 반드시 일주일을 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하루를 하든 일주일을 꼬박 하든 ‘지루함’을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간에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 살펴보자. 지루함을 경험하면서 알아차린 모든 순간이 창조성의 중요한 열쇠들이다.




활동: 일주일간 독서, TV시청, 라디오청취, 인터넷(유튜브, SNS)을 하지 않는다.       


- 모든 것을 멈췄을 때 내면에서 어떤 느낌과 생각들이 일어났는가?      


- 지루한 시간에 무엇을 하게 되었는가?     


- 도중에 실패했다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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