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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Feb 17. 2021

12 통제를 내려놓기

  우리는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짜지만, 여행이 반드시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멋진 경치의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려 했지만 태풍이 올 수도 있고,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에 도착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된 여행은 아니다. 여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게 될지는 몰라도, 여행은 그저 여정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삶도 여행과 같다. 좋은 여행, 나쁜 여행이 없이 여행이 그저 경험 자체이듯, 삶도 이러저러한 경험의 합일 뿐이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지만 삶이라는 여행을 통해 반드시 이룰 수 있을지, 이루지 못한다면 대신 무엇을 얻게 될지도 알 수 없다. 삶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한 가지는 바로 삶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삶에서 우리가 할 일은,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겸손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삶의 불확실성을 완강히 거부하고 어떻게든 통제하고 싶어 한다. 더 나은 직장, 더 좋은 조건의 결혼, 더 많은 재산 등의 조건들을 갖추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환상은 좀처럼 깨기가 어렵다. 

  하지만 안정을 보장해주리라 믿었던 직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문을 닫을 수 있고, 행복한 가정을 꿈꿨지만 결혼과 육아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삶에서 예측 가능한 안전을 추구하려는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점점 더 삶을 강하게 통제하며 행복의 환상을 쫓고, 안전지대를 구축하려 애쓴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할수록 고통과 집착은 커지고, 나다운 삶을 창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빠르게 소모된다. 내 삶을 내 생각대로 통제하는데 낭비하고 있는 에너지를 되찾기 위해 지혜롭게 대처해보자.       




먼저,  불안하고 조급해질 때마다 결말을 열어두자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야 성공한 삶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 삶은 실패라는 착각을 알아차리자. 그 결과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지만, 얻지 못할 수도 있어. 원하는 것을 얻어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얻지 못해서 다른 행복이 찾아올 수도 있어’라는 말로 결말을 열어두자.


 삶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단 1분 뒤의 일어날 일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삶이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사실이다.(그리고 감사한 일이다!)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던 연인과 절망적인 이별을 맞게 될 때, 당연한 줄만 알았던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을 때, 삶의 불확실성을 기억하지 못하면 훨씬 큰 충격과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언제든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는게 당연하다는 것을 자주 기억하고 수용할수록, 우리는 반드시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자유는, 삶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열린 결말’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목적을 달성하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조급하게 하고 있는지 관찰해보자.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하고(doing) 있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연습은 조급함을 내려놓고 무언가 하지 않는 것(non–doing)이다. 

 온갖 자기 계발서들은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으니, 계속해서 목표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계속해서 쉬지 않고 노력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한 곳에는 결코 행복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 행복은 성취한 결과물이 아닌, '삶의 과정 자체'이기 때문이다. 


 조급해지는 순간마다 이 모든 불안이 '이러이러해야만 내가 행복하고 사랑받을 것이다'는 환상에서 온 것임을 알아차리자. 무엇을 더 하려 하기보다 무엇을 더 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찾아보자. 

 

우리는 목표를 향해 평생 달리기 경주를 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삶은 여행이며, 여행의 목적은 경험하는 것 자체임을 기억할 때, 조급함과 통제하고 싶은 애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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