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조성 강사 라라 Jun 13. 2020

자기 계발서 따라 하다 자존감만 낮아졌다

자기 계발서가 자기 계발을 시키지 못하는 이유

 ‘자기 계발서’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도 몰랐던 20대 후반.

대학을 졸업하자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이제 내 삶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인데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할지, 꿈꾸는 일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노라는 책들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매혹적인 제목만 봐도 왠지 나의 불안과 막막함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점에서 홀리듯 집어 든 자기 계발서의 내용은 꽤 설득력 있었다. 반복해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라, 나쁜 습관을 없애라, 성공하려면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목표를 세우고 매일 실천으로 옮겨라...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맞는 말들이었다. 그러니 내가 책의 내용을 잘 실천하기만 하면 답답하고 불안한 현실도 바뀔 수 있을 것 같고, 내 삶도 성공하는 삶으로 바뀌어 갈 것 같았다. 


 먼저 계획을 세우고, 기상시간, 운동, 책 읽기, 취침시간 등을 체크하는 점검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천을 시작한 일주일, 점검표 여기저기에는 X표가 늘어갔다. 몇 가지 항목은 일주일 내내 X표였다. X 표를 그을 때마다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목표를 조금 더 가볍게 수정해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X표는 늘어만 갔다. 

  뭐 대단한 내용도 아니고 하루를 조금 더 보람차게 살기 위한 계획인데, 나는 정말 뭐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게 없다는 생각에 더 절망하기 시작했다.  계획이 흐지부지 되면 자포자기하며 우울하게 살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겠노라며 계획을 세웠다.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반복하다 별 볼 일 없는 30대가 되니, 나는 정말 ‘한심한 인간’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뭘 해도 제대로 못해내는 인간’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를 장악했다. 자존감도 자신감도 지하 3천 미터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 내가 싫었다. 맨날 말로만 꿈을 얘기하고, 현실에서는 되어가는 게 없는 초라한 인간, 게을러서 일을 미루다가 늘 허둥대는 인간, 시간관리도 못해서 맨날 술 마시고 뻗고, 쇼핑이나 좋아하는 한심한 인간... 내 안에서 들려오는 이 말들이 커질수록 더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싫고 화가 났다. 하지만 여전히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이 끝도 없는 자책과 자학의 끝은 심각한 우울증이었다.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어야 했고, 끝도 없이 올라오는 자살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버티는 것 만으로 하루가 다 지나갔다. 지금까지도 한심한 인간이었는데, 이제는 사람 구실조차 못하는 정말 한심한 인간이 되어버렸다. 


  살기 위해 시작한 상담에서 내가 우울증까지 오게 된 원인이 대부분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 때문이라는 걸 하나하나 깨닫기 시작했다. 마치 핸드폰 매뉴얼을 읽지도 않고 핸드폰으로 망치질을 하며 왜 망치질이 잘 안되냐고 미련하게 화를 내듯, ‘나’라는 매뉴얼이 있는데  매뉴얼을 읽지도 않고 나를 마구 작동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는 걸 깨달았다. 성공하려고 실천했던 모든 방법은 나에게는 오작동만 일으키는 방법들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오작동을 반복하다가 고장이 나버린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믿어왔던 모든 것들을 반대로 하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았고, 꾸준히 성실히 하지 않기로 했다. 목표도 세우지 않았고, 목표가 없으니까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 대신 더 이상 나를 미워하고 탓하고 게으르다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것을 멈추고, 내 몸과 내 감정이 하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내 몸이 피곤하면 오래오래 잤고, 또 몸이 너무 움직이기 힘들어하면 일을 다 포기하고 쉬었다. 내 감정이 불편하면 억지로 뭔가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다. 대신 뭔가 하고 싶은 느낌이 올라오는 것들을 잘 알아차리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년 넘게 일상이 불가능할 만큼 심각했던 우울증이 나았다. 동시에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온갖 질환들도 모두 사라졌다. 몸이 건강해지다 못해 살아있음을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10km 마라톤에 도전하기도 했다.  


 성공 공식의 반대로 살아온 지 올해로 10년,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최고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기 계발서가 그토록 강조하는 성공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고 내 삶이 부족하지 않으니,  특별해져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그럴수록 나는 더 많이 인정받게 되었고, 좋은 기회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돈도 더 잘 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의 장점이 정말로 최대치로 발현되는 딱 맞는 일을 찾았다. 내가 최적으로 기능하는 일을 하니, 나 자신이 가치롭게 느껴지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란 생각에 더욱 행복해졌다. 




  자기 계발의 사전적 정의는 '잠재하는 자신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이다.  잠재하는 재능은 각자 다르다. 그러니 그 재능을 일깨워주는 방법도 각자 달라야 한다.  

  20대에 내가 실천했던 방법들은 나의 재능을 일깨워 주기는커녕, 나의 연약한 부분만 부각되는 방법들이었다. 그러니 성장은커녕 실패의 쓴맛만 본 것이다. 

 그런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효율적이지도 않고 성공확률도 낮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노력을 하면서 실패의 쓴 맛을 보고 있었다.


 열 사람이 재능을 끌어내려면 10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한 사람만 성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열 명이 노력을 한다. 그중 한 사람만 성공을 하고, 나머지 아홉 사람은 실패와 좌절을 맛본다. 그리고 성공한 한 사람이 자신이 성공한 방법이라며 알려주면 또다시 새로운 열 명이 그 방법을 따라 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잘못된 앎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있는 능력도 사라지게 한다. 내가 잘못된 앎으로 많이 아프고 헤맸기에, 제대로 된 앎으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일에 열정이 타오른다. 

 물고기인데 날지 못해 좌절하고, 독수리인데 수영을 못한다고 좌절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물고기이니 마음껏 헤엄치라고, 당신은 독수리이니 하늘로 날아오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열 사람의 재능을 끌어낼 수 있는 열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정말로 잠재능력을 일깨워주는 '진정한 자기 계발'을 전파하고 싶다. 


 영상으로 보시려면 : https://youtu.be/6Xr2y0S5nBI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는 피어나길 기다리는 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