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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Apr 15. 2021

상처는 피어나길 기다리는 꽃이다

내가 창조성을 전하고 싶은 이유2


자유롭고 겁많은 영혼이 겪은 상처

나는 본디 자유로운 영혼으로 태어났다. 그냥 그렇게 태어났기에 내가 그런지도 몰랐다.

동시에 나는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하고 두려움이 많은 겁쟁이로 태어났다.

그냥 자유로운 영혼이기만 하면 남들이 뭐라하건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살면 되는데, 자유로운 영혼 + 눈치 많이 보는 겁쟁이의 콜라보는 난감한 조합이었다.


겁쟁이었던 나는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이 원하는대로 살아가려 노력했다.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집에서는 말잘듣는 착한 딸로, 교회에서는 착실한 신앙인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뭔가 달랐다. 생각하는 것도 하는 행동도 도무지 다른 사람들과 섞이지 않았다. 나 혼자 다른 별에서 온 것 같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미운오리새끼 같았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뭔가 많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다른 사람을 따라하고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 노력했다.


그 결과 성장기 내내 늘 몸이 아팠다. 집에서는 나를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 불렀다.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피부과, 내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골고루 병원을 다녔지만 대부분의 증상이 원인이 없어 '스트레스성'이라고 했다. 나는 내가 뭘 참고 있고, 무슨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몰랐다.


결국 서른이 넘어 우울증으로 생사를 오가면서야 알게 되었다. 이 모든 몸의 통증이, 우울감이, 무기력과 절망이, '남들처럼 살려는', '남들과 같아지려는' 불가능한 시도 때문이었다는 걸. 나는 도무지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인데, 평범함의 틀 안에 나를 구겨넣고 살려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걸.


그제서야 자유로운 영혼이 나의 기본 세팅값이라는걸 깨달았다. 내가 이상하고 문제가 있는게 아니었다. 내가 틀린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


그 때부터 뼛속까지 억눌려있던 자유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겁쟁이인 내가 남들 신경 안쓰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대로 안하면 나는 죽을 수도 있어! 다시는 또 이렇게 아프고 싶지 않아!' 죽다 살아나니 동기부여는 확실히 됐다.




상처를 치유하며 얻은 두 가지 깨달음

두렵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할수록 누려보지 못한 행복이 시작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한 변화였는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두 가지 변화가 더 있었다.


하나는,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하고 시도할수록 내가 몰랐던 나를 점점 더 알게 된 것이다.


 워낙 겁쟁이라 사람들 앞에 나서지 못했다. 그런데 점점 리더역할이 자연스럽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을 말하는게 두려워서 남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니, 나는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잘하는 건 음악밖에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무언가 시도해볼수록 내가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평생 음악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음악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두 하고 싶은대로 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두려움에 가려진 진짜 나였다. 


다른 하나는, 내가 지긋지긋하게 겪은 나의 상처가 가장 큰 뛰어난 재능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마포FM 공동체 라디오에 지원해 프로그램을 맡았다. 기획도 컨셉도 없이 그냥 매주 생각나는대로 내가 겪은 온갖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걸 누가 듣겠어... 재미도 없고 너무 엉망이야...'라고 좌절하며 딱 6개월만 하고 접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점점 청취자가 늘어났다. 사람들은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된다고 했다. 편안하고 따뜻하다고 했다. 

 나는 지금도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이 신기하고 의아하기만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확실히 알고 있다. 상처를 공유하는 것이 최고의 재능이며,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다는 것! 





내가 창조성을 전하고 싶은 이유


창조성은 모두 다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처럼 누구나 갖고 태어난 세팅값이 있고, 세팅값은 모두 다 다르다.다른게 틀린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갈 때마다 치유되고, 자존감이 회복된다. 동시에 다름의 발견은 곧 고유한 재능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내가 뭘 잘하지? 뭘 좋아하지?' 애써 찾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어떻게 다른지만 이해하기 시작해도 각자 타고난 재능은 넘치도록 줍줍하기 시작한다.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드러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조성은 상처를 통해 자신을 찾아간다

 우리 삶에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상처가 세팅되어 있다. 그 상처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중요한 장치이다. 그래서 상처는 부끄럽고 숨겨야 할 것도, 빨리 치유해서 털어버려야 할 것도 아니다. 상처 자체가 내가 세상에서 해야할 역할이고,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재능이다.


 예술가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다. 뭔지 모를 자신 안의 것을 표현하고 싶은 욕망에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작품을 창조하는 것으로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치유해간다. 그렇게 창조된 작품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준다. 





....오늘도 끝도 없이 길어진다. 나는 정말 창조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구나.

못다한 얘기는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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