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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Jun 27. 2021

우울을 겪고있는 사람이 꼭 알아야 할 3가지


우울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그중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세 가지만 먼저 얘기해본다.

다소 긴 글이고 과격한 언어도 많으니, 절박하게 우울에서 낫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굳이 읽지 마시라.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첫번째, 우울증에 걸린건 내 잘못이 아니다.

 우울을 겪을 때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내 고통을 이해받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운데 누구도 그 고통을 이해해주지 못하면,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가?내가 엄살을 피우는 건가? 내가 달리 생각해봐야 하는 건가?'하고 자신의 고통을 의심하게 된다.


 그 의심에서 명료하게 빠져나오기 위해 우울을 항상 '신체적인 질병'에 대입해서 생각하자.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직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감기가 걸린 가족에게 감기가 옮았다. 내 잘못인가? 전혀 아니다. 어쩌다보니 병에 걸린 것이다.

 살다보면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감기가 걸릴 수도 있다. 내가 뭘 잘못 생각하거나 잘못 살아서 교통사고가 나고 감기가 걸리는 건 아니다. 우울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잘못해서 우울에 걸린 것이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운 좋게 평생 한번도 안나는 사람도 있고, 한번의 사고로 평생 힘든 장애를 얻을 수도 있고, 여러번 사고가 났지만 다행히 큰 후유증은 겪지 않고 금방 나은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고를 겪었고, 사고를 겪은 몸으로 어떻게 이후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지 답을 찾는 것이다.


 우울도 마친가지다. 어떤 이유로 우울을 겪게 되었건, 앞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우울의 원인을 파악하고 낫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을 겪는 이유가 유전적 원인일 수도 있고, 호르몬이나 영양의 문제일 수도 있고, 민감한 감각 때문일 수도 있고, 번아웃일 수도 있고, 감당할 수 없는 큰 스트레스를 겪어서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건 그렇게 된 것이 당신이 뭘 엄청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당신이 잘못 살아서 우울에 빠진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뭐라고 말하든 당신 자신만은 꼭 자신에게 말해주라.

'난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내가 잘못해서 우울한 건 아니야. 그냥 누구나 감기에 걸릴 수 있듯 나도 우울을 겪는 중일 뿐이야.' 라고.




두번째, 우울한 당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증상'일 뿐이다.


 우울하면 불면이 오기 쉽다. 잠을 잘 못자면 누구나 예민해진다. 작은 일에도 신경질적이 될 수 있고, 그냥 편하게 잘 넘어가지지 않는 상황도 많다. 또는 반대로 너무 과도하게 계속 잠만 자는 것으로 모든 자극을 회피할 수도 있다.


 우울하면 신체 에너지 정신 에너지가 모두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존감은 당연히 낮아지고,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하고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불안하기도 하고, 너무 절망스럽기도 하고, 너무 무기력해서 살아 숨쉬는 것 만으로도 힘들다.


 우울하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렵다. 완전히 압도당해 질식해 죽을 지경이지만, 파괴적인 부정적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냥 살아있는 것 자체가 끔찍한 고통이니 수시로 죽고 싶은 충동이 찾아온다. 죽으면 다 끝날 것 같고, 죽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찾아온다.



...위에 쓴 것들은 모두 우울의 증상들이다. 감기에 걸리면 기침도 나고, 목도 붓고, 콧물이 나고, 열도 나는 것처럼, 우울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압도당해 꼼짝을 못한다. 감기가 나으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우울도 나으면 우울의 증상들이 사라진다. 우울의 증상들이 곧 내가 잘못 생각하거나, 노력해서 바꿔야 하는 생각이 아니라는 얘기다.


 감기 걸린 사람에게 '그냥 좀 편하게 생각해. 그럼 콧물도 안나고 열도 내릴꺼야'라고 말하면 개소리인 것처럼, 우울한 사람에게 '그냥 마음을 좀 편하게 먹어'라고 말하는 것은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다. 그러니 나 자신에게도 '그냥 편하게 생각하자. 내가 생각을 바꾸면 될꺼야'라고 말하지 말자.


 당신이 어떤 감정을 겪건,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날뛰건 그것이 '증상'이지 진짜 내 생각, 내 감정이 아님을 기억하자. 감기걸린 사람이 '콧물을 흘리지 말아야지' 마음먹는다고 콧물을 멈추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마음먹는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자.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건 그저 증상일 뿐이다. 진짜 당신 것이 아니다. 우울이 낫는 방법을 따라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면 그 모든 생각과 감정들은 서서히 잦아들고 사라진다. 그 감정과 생각이 '증상'이 아니라 진짜 내 생각 내 감정이라고 믿으면 견딜 수 없어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세번째, 우울을 겪어보지 않은 주변 사람이 하는 말은 무지에서 비롯된 '개소리'임을 기억하자.


 내가 우울을 겪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얼마나 힘든지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받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사고로 머리에서 피가 철철 나고, 다리가 부러져 깁스라도 했으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아프겠구나. 힘들겠구나.' 이해해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머리가 깨져서 피가 나는 것보다, 다리가 부러져서 아픈 것보다 더 많이 아프다는 말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우울을 경험해본 소수의 사람 말고는 정말로 없다.


 그런데 이해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극악하게 힘든 건 우울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하는 말들이다.


"넌 너무 나약해. 마음을 좀 강하게 먹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봐. "

"먹고 살만 하니까 우울하지, 정신없이 힘들게 일해봐라. 멀쩡한 몸으로 속편한 소리하고 있네."

"예술가들은 우울할 때 뭔가 멋진걸 창조하던데, 너도 우울할 때 멋진 곡 한번 써봐."

"안 힘든 사람이 어딨니. 다 힘든데 참고 사는 거지."

"정신력이 약한게 문제야. 우울할 시간에 나가서 뛰고 운동해. 그럼 나아."


 지금 대충 기억나는 만큼 써봤는데, 이것 말고도 다양하고 많다.

 '미안한데 너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차라리 백번 낫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정말로 내가 죽어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줄까...'하는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 안그래도 죽고 싶은데 정말로 죽고 싶은 충동도 엄청 강해진다. (그러면 자살충동을 가라앉힐 때까지 약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젠장!)



 다시 '우울'의 자리에 다른 질병들을 넣어 생각해보자.

 코로나로 격리병동에 입원한 사람에게 '그거 다 귀신 쓰인 거야. 하나님 믿으면 나아.' 또는 '한가하게 사니까 코로나 걸리는 거야.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봐라. 코로나 걸릴 틈이 있나.' 또는 '코로나 걸린거 그거 다 영양소 결핍이야. 평소 00,00,00 먹으면 코로나 안걸려.'라는 말은 모두 개소리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 난 사람에게 '평소 너만 생각하고 살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를 하고 살아봐. 그럼 교통사고가 왜 나겠니?'라고 말하면 누구도 그 사람과 대화할 가치를 못느낄 것이다.

(아... 쓰는 것 만으로도 암 유발될 것 같다...)


 우울한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무식하고 뭘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원래 뭘 잘 모르는 사람이 알고 하는 사람보다 더 위험하고 극악한 일을 저지르는 법이다. 안그래도 우울을 겪느라 힘든 당신은 무식한 자들의 '무지의 죄'까지 이해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우울에 걸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 우울한 얼굴과 표정으로 돌아다녀서 불편한 마음을 주는 것 외에는, 자신도 힘들기 때문에 주로 사람을 피한다.

 그런데 우울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끔찍한 일을 수도 없이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영리하게 굴어서 잘 드러나지도 않게 사람을 조종하고 괴롭히고 다닌다. 사회 각계각층에는 정말로 구제불능인 정신이상자가 많다. 우울한 사람들이 문제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정말 문제있는 정신병자들이다.


  <굿바이 블랙독>이라는 책에서 우울을 각종 개에 비유한다. 어떤 사람이 겪는 우울은 크고 집채만한 검은 개이고, 어떤 사람이 겪는 우울은 작은 치와와만한 개이다. 우울은 겪는 사람에 따라 증상과 강도, 기간이 모두 다르다. 내가 우울을 겪었는데 빠져나왔다고 해서 내 방법이 맞으니 해보라고 말하는 것 또한 우울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나역시 내가 겪은 우울과 증상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우울한 사람에게 함부로 '나도 겪어봐서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경험한 고통을 기억하며 '짐작'할 뿐이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우울한거니 마그네슘을 먹어보라고? 좋다. 마그네슘을 먹고 우울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행이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정말로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고작 한 가지의 경험으로 일반화하는 '우물안의 개구리'의 무지한 말 또한 들을 가치는 없다.



... 내가 다소 강하고 심한 단어들을 선택하는 것은, 실제로 우울한 사람들이 이런 말들 때문에 죽음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이 마음 속을 파고들어 정말로 나를 죽이기 전에, 이 말들이 개소리이며 상대할 가치도 없으며, 너무도 무식한 사람이 무식한 줄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이 말들이 주는 치명적인 독에 그나마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안받을 수는 없다. 원래 독은 소량으로도 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울보다 더 큰 고통은 '고립감'이다. 나 역시 우울을 겪을 때 나의 모든 증상을 이해해주는 단 한 명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울을 먼저 겪었던 그 한명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우울에 대해 전혀 몰라서 무식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모두 차단했다. 거기에는 가족도 포함되어 있다. (우울한 사람 대부분이 가족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안그래도 버티기 힘든데 무지한 자들의 한마디는 너무도 데미지가 크다. 대신 나를 이해해주는 아주 소수의 사람과만 접촉하며 간신히 기나긴 우울의 시간을 버텼다.


 당신에게 개소리를 하는 무지한 자들의 입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막을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피하고 차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하는 말이 '개소리'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 말들이 내 안에 파고들어 바이러스처럼 번지지 않게 반드시 '저사람이 무식하게 우울에 대해 전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저 말은 개소리야'라고 바로 대처해야 한다.





 1년 전 업로드한 우울증 경험담 영상이 갑자기 떡상해서 요즘 우울 관련 댓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로 '감사하다,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이지만, 간혹 우울을 겪는 분들에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댓글이 있었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댓글에 굳이 대응할 생각은 없지만, 우울을 겪는 분들이 일상에서 그런 말을 듣고 힘들어 할 것을 생각하니 하루 빨리 뭐라도 말을 하고 싶었다.


일단 여기에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 놓고, 조만간 영상으로 업로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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