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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Aug 18. 2021

내 운명대로 살아가기


 어릴 적 알던 교회 오빠 대학입시에 연거푸 불합격했다.

 목사님 아들이었던 오빠의 주변 사람들은 목회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서 계속 떨어지는 거라고 말했다. 오빠는 4수 끝에 자신의 운명에 체념한듯 결국 신학대학에 진학했다.


 그 오빠 말고도 교회 안에 유사한 스토리는 넘쳤다. 안하겠다고...안하겠다고... 도망다녔는데 결국 하나님이 자신을 목회자의 길로 안내했다는 스토리....


 당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나에게 그런 이야기들은 상당히 공포스러웠다.

'하나님이 정한 대로 안가면 인생이 꼬이는구나...'

 혼자 그렇게 해석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게 하나님의 뜻과 다를까봐 두려움에 떨며 신앙생활을 했다.




 스물 일곱. 음악공부를 하다가 만난 전도사 오빠와 우연히 나의 두려움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

 나는 음악하는게 너무너무 좋은데, 하나님이 음악하지 말고 선교사로 해외로 나가라고 할까봐 무섭다고...(당시 나의 기독교 친구들 반 이상이 선교사의 길을 택했었다.)


 전도사 오빠는 마구 마구 마구 웃었다.

 하나님이 너를 선교사로 쓰실 생각이었으면, 너는 온 방 안에 세계지도를 붙여놓고, 온갖 오지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주여 나를 제발 저곳으로 보내소서!'하면서 열정적으로 기도했을 꺼라고.

 하나님은 하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려다가 일시키는, 그런 후진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네가 음악이 너무 하고 싶다면 그게 너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전도사 오빠의 말 덕에 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하나님이 정한 길' = '운명'은 '내면의 열정'과 같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30대의 긴 우울 덕분에 나는 감추어진 내면의 열망을  찾아갈 수 있었다.

 내 안의 두려움이 걷힐수록 음악이 아닌 '무언가 가치로운 것을 전파해서 사람들을 돕는 것'에 열정이 생겼다.

 '가치로운 것'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내가 어떻게 사람들을 도울지는 모르지만, 열망은 계속계속 자라났다.


 모닝페이지를 쓴지 5년째부터 '영향력'과 관련된 열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윈프리처럼 선한 영향력을 갖고 싶다... 감동을 주는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 라디오 DJ가 되고 싶다.... 강의를 하고 싶다....등등...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관심이 갔다.

 '내가 성공하고 싶나?' '유명해지고 싶나?'

 끊임없이 나의 열정을 의심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영향력'은 내 내면의 열망임을 확신했다.




 30대 끄트머리에 만난 휴먼디자인을 통해 나의 '영향력'에 대한 열망은 타고난 것임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인생목적은 contagion(전염). 나의 프로파일은 5. (5프로파일은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는 사람이다.)


 40대에 만난 유전자키에서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펄시퀀스가 몽땅 5프로파일이었다. (펄시퀀스는 공동체에 기여할 역할이다.)


 이 사람 저 사람 오며 가며 봐준 사주에서도 같은 해석이 반복되었다.




 영향력에 대한 열망은 40대가 되어서야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구현됐다.

 내가 전파하고 싶은 가치는 '나답게 즐겁게 창조하는 삶'이었고, 영향력의 방법은 '나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목소리'였다.

 마포FM에서 '라라의 힐링공감'을 진행하며, 창조성 워크숍을 열어 나답게 즐거운 창조를 안내하며, 이제야 드디어 내 인생의 궤도를 찾은 것 같았다.

기뻤다. 신났다. 이렇게만 살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열망하던 일이 현실이 되자 두려움도 커지기 시작했다. 관계에서의 오해와 그로 인한 상처도 쌓여갔다.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다. 영향력을 갖는게 무섭다. 더 확장되고 싶지 않다...'

 그 두려움은 영향력을 끼치지 않고 숨어 살고 싶은 또다른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두려워서 확장을 주저하는 만큼 일도 삶도 정체됐다. 팟캐스트 유튜브 모두 성장을 멈췄고, 수업도 정기모임도 정체되었다.

 삶은 언제나 그랬듯, 두려움을 넘어 내면의 열망대로 사는 용기를 내도록 나를 내몰았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서 내 태어난 목적대로 영향력을 확장해가도록 지금까지 해온 일을 재정비했다.

진행해온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창조성 코치와 내면아이 상담사 등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세팅했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내내. 지금 이 순간도. 나는 모든게 무섭다.

 잘못되면 어쩌지. 망하면 어쩌지. 나는 회사를 운영할만한 깜냥이 안되는데... 나는 숫자계산도 잘 못하고 세금신고도 할 줄 모르는 현실감각 떨어지는 예술가일 뿐인데... 그냥 소소하게 소박하게 살면 안될까.....




 나는 종종 내가 예수님의 12제자 중 '베드로'라는 생각이 든다. 무식하고 성질 급하고 감정적인 베드로. 그렇기에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가 되어 '사람낚는 어부'가 된 베드로.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다. 너무 너무 무서운 게 많고, 매 순간 벌벌 떨며 한발씩 내딛는 연약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세상에서 해야 하는 일이 '영향력'이라니...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운명을 내 모든 세포로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한다.

 내 운명대로 - 정확히는 두려움 너머 내 내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열망대로 사는 모험을 선택한다.

 그게 바로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어하는 '창조성'이니까.




...이 길고 비장한 스토리는 홈페이지 오픈 소식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나는 왜 짧게 쓰기가 안될까.....;;



'릴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놀이'를 뜻한다.

나는 너무도 심각하게 자기계발, 명상, 마음공부, 영성 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즐겁게 성장하는 법, 심각함에서 벗어나 무한한 창조의 놀이에 몰입하는 과정을 안내하고 싶다.


 이 모험이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무엇을 겪게 될지 무서워 죽겠지만,

나는 또 벌벌 떨면서. 내 운명대로. 내 안의 창조적 본성을 믿고. 이렇게 한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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