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묵상

아무도 주지 않은 상처를 나혼자 받고 있었지

유전자키 SQ 묵상

by 창조성 강사 라라


나의 타고난 디자인은 친한 사람보다는 낯선 이들에게 영향력이 크며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형성 단절을 반복하게 되어 있다.

즉, 친밀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오래 오래 어울렁 더울렁 함께 사는 조합은 아니다.


하지만...

끈끈한 공동체에 대한 나의 지향은 맹목적이다.

팟캐스트 구독자들을 (나도 모르게) '힐링공감 식구'라고 칭했었고,

자주 만나는 사람들과 (나도 모르게)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사는 꿈을 그렸었다.

7년째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데도.

나는 한번의 만남도 지나치게 반갑고, 헤어짐은 매번 지나치게 아프다.




유전자키 SQ를 알고서야 내가 괘 그토록 끈끈한 관계에 목을 매는지 알게 되었다.

SQ는 사랑의 지점. 나의 SQ는 4라인 - 소속감(공동체)이다.

그러니 나에게 관계&사랑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속하는 것이고, 가족처럼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때 나는 사랑을 충만하게 느끼고,

만남과 신뢰가 이어지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안정감과 안식을 준다.

그러다 보니, 나의 관계에 대한 모든 상처는 '공동체'에 있다.


누구든 만나면 바로 '이 사람은 이제부터 가족'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항상 나만의 착각일 뿐이고.

나는 가족이라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어서 혼자 서운하고...

'우리는 가족'이라며 세상 끈끈했던 사람들이, 어느날부턴가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고 보고싶고...


지난 7년간 공동체를 이끌며 가슴 미어지게 힘들었던 99%의 원인은 바로 이 주제였다.



그래서 올해 초.

아무도 상처주지 않는데, 맨날 혼자 (무의식적으로) 착각하다가 상처받는 이 패턴에서 벗어나려고.

'나 = 광장 한 가운데 서있는 사람' 이미지를 떠올렸다.


나는.

광장에 서서 세상에 전하고픈 말들을 떠들고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매일 와서 내 얘기를 듣고 '인생의 구원자'라며 나를 칭송하고.

누군가는 내 얘기가 '미친 헛소리'라며 무시하고 욕한다.

누군가는 단 한번도 듣지 않고 매일 자기 갈 길만 바삐 가고.

누군가는 한동안 열정적으로 내 얘기에 빠져들었지만, 어느 순간 광장의 다른 연주자의 공연에 빠져 그 앞에서 박수치고 있다.


그들은 내 가족이나 공동체가 될 수 없다.

그들이 나를 피상적으로 경험하듯이.

나도 그들을 '광장 위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나 '지나가는 기차'같은 풍경으로 여겨야 한다.


이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수도 없이 반복했다.

'나에게 가족은 남편, 시댁, 친정식구들이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은 가족이 아닌거다.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정신 차리자.'



......

그런데도 이 주제는 아물지 않고 매일매일 덧나는 상처같다.

나는 사람들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또 가족을 만난듯 버선발로 달려나가고.

함께 깊이 연결되어 있어도, 상대가 또 언제 훌쩍 떠날까... 언제 마음이 변해 가족관계가 깨질까... 내가 받을 상처를 두려워한다.


공동체는 사람이 떠나고, 죽고, 새로운 사람이 오는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 사랑하면서도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깊은 사랑의 선물이며, 내려놓음의 용기이다.
- 진키 21.4라인 해설 중


2주 내내 이 문장을 볼 때마다 울컥울컥 올라온다.

매 순간 무의식 중 일어나는, 서로 연결되고 소속되어 끈끈하게 있고 싶은, 나의 맹목적인 사랑.

그리고 사람이 오고 가는 걸 그냥 지켜봐야 하는 나의 또다른 디자인의 측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얄짤없이 매일 훈련해야 하는 미션은.

아프기 싫다며 '누구도 정주지 않으리라' 마음을 닫지도 않고.

가슴을 열어 온전히 사랑하되, 어떤 인연이 오고 가도 붙잡지 않는 것.


광장 한 가운데 서서.

뜨거운 가슴으로 온전히 사랑하며 깊이 안아주되.

언제든 자신의 갈 목적지대로 가도록 결코 붙잡지 않는 것.


.... 쓰면서도 울컥울컥 가슴이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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