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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Feb 03. 2023

자율신경 실조증이 안내해 준 '나다운 삶'

1년간 누워 살면서 깨달은 것들


자율신경 실조증을 처음 '인지'하다


작년 1월부터 아무리 쉬어도 회복이 안되고 점점 체력이 떨어지더니, 4월부터는 앉아있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었다.

먹지도 자지도 못 자고, 이명, 심장 두근거림, 근육통, 방광염, 야뇨, 깨질듯한 두통, 상열감, 입마름, 혀부음, 안구건조, 브레인 포그, 인지능력 저하, 과호흡, 어지럼증, 불안증....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

(아플 때마다 늘 있던 일이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교감신경 항진 상태'가 원인임을 알게 되면서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자율신경 실조증을 지금 처음 겪는 게 아니라 평~~~~ 생 겪어왔다는 것.

내가 30대에 겪은 긴 우울증의 일부는 우울증이 아니라 자율신경 실조증이었다는 것!!


심장이 작게 태어난 '소심 체질'인 나는, 체질상 잔 걱정이 많고 조금만 집중해도 작은 심장에 무리가 많이 간다.

+ 게다가 비에너지 타입 + 게다가 민감자 = 자주 긴장할 수밖에 없어서 교감신경 항진이 되기 쉬운 체질인 것이다.


그나마 20대에는 1~2일30대에는 1주일 쉬면 회복되다가,

점점 회복력이 떨어져서 40대가 되니 2주, 한 달, 두 달.... 그러다 아예 회복 불능으로 방전되어 버렸던 것.








1년을 누워 지내고 얻은 깨달음 - 내 몸은 '비정상'이 아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렇게 누워만 있다가 내 인생이 끝나나 보다....'


매일 매 순간 밀려오는 무력감과 1년을 싸우며 미친 인내심을 단련한 끝에,

작년 말에는 그래도 일상이 얼추 가능해질 만큼 회복이 되었다!!!!!!

........ 고 생각했는데.....

다시 1월 내내 누워 지내면서. 또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현재의 내 몸 상태를 '비정상'이라고 규정하고,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했다는 것.

내 체질에 맞지 않는 일 - 즉, '내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계속해왔고,

그래서 온갖 통증을 달고 살거나 번아웃이 수시로 왔다는 것.


그러니 지금부터는 내 몸이 편안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보약을 때려 부을 필요도 없고,

약속한 일정을 펑크 내지 않으려, 체력을 쥐어짜며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원래 느린 사람이어서 느리게 움직이야 몸과 마음이 다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긴장을 잘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어야 하고.

주변 사람의 에너지를 다 흡수하는 사람이라서, 혼자 일하는 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20대에는 단체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하루종일 같이 일하고 밤새 술 마시고 다녀서 몸이 아작 났고....

30대에는 공연 일을 하며 마감의 압박과, 긴 노동 시간과, 허구한 날 밤샘 작업과, 장거리 지방 공연으로 몸을 태워 버렸고...

이러다 죽겠다 싶어 공연 일을 그만둔 후에도, (아무리 느슨하게 일정을 조절했어도) 사람 만나는 일을 계속 해온 게 현재의 몸상태를 만든 것.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며 미련하게 몸이 망가지게 살았느냐면.....

좋아하는 일이어서 그랬다.

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고, 연결되는 걸 좋아하고...

결국 나의 강점 - 연결, 절친, 공감, 긍정 테마들과 관련된 일을 했던 거였다.

음악과 공연도, 상담과 수업도 행복해서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했던 것.



.... 암튼 결론은.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금 나의 상태가 '비정상'인 상태가 아니다.  

언젠가 '정상'으로 회복되면, 다시 예전처럼 수업하고, 사람들과 모임 하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 몸은 늘 한결같은 상태였던 것이니.

이제부터는 내 몸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올해 계획을 대거 수정했다.


최근 1년간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과감각'이었다.

온라인 모임이나 수업 후,

사람들이 했던 모든 말과 표정이 머릿속에 미친 듯이 맴돌아서 잠을 못 자고, 길면 이틀 정도 과감각 상태에 시달렸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10분의 전화 통화만으로도 과감각 상태가 돼서 매우 빠르게 몸이 맛이 감...


이 모든 것을 1월에 갑자기 깨닫고는 모든 계획을 전면 재조정했다.


1. 강의는 줄이거나 없애고, 영상강의로 대체하기

코칭 과정과 상담사 과정은 올해 마지막으로 한 번씩 진행하고 내년부터 운영 형태를 바꾸기.

특강도 꼭 진행할 것만 한 번씩 진행하고 모두 영상 강의로 바꾸기.


2. 모임과 만남은 이젠 안녕

어차피 오프라인은 몸이 힘들어 못 만났었고,

사적 만남은 이미 작년에 아프면서 완전 차단된 상태.

남은 온라인 모임도 아쉽지만 모두 정리하기로.


3. 하루 2~4시간 / 혼자 일하기 / 느리게 일하기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몽땅 글로 쓰든가 영상으로 남기든가.

글쓰기와 유튜브. 2가지만 천천히 내 몸의 속도대로 일하기.



... 20년간 늘 함께 일하고, 누군가를 가르쳐 왔어서.

그런 일을 하지 않는 일상은 어떤 건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안된다.

또 그런 일들로만 생계를 이어 왔어서, 그 일들을 하지 않고도 내가 먹고살 수 있을지도 겁나 겁난다.



하지만.

코로나로 어차피 변화할 세상, 그 변화가 조금 빨리 앞당겨졌듯이.

나도 몸이 제동을 걸어주는 바람에 어차피 겪어야 할 변화를 조금 더 신속하게 앞당기게 된 것뿐이다.


삶은 언제나 그렇듯.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면서도 '세월아 네월아~'하고 있으면,

아주 그냥 궁둥이를 발로 차서 벼랑 끝에서 밀어 버리곤 한다.


벼랑 끝에서 밀쳐질 때마다 겁나서 미쳐버리겠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조금씩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게 되고,

정말로 내가 해야 할 일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건 확실하다.


... 지금까지 늘 이런 식으로 점점 더 '나다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이 모든 과정에서 얻은 만트라, '천천히'


나는 타고난 성질 자체가 겁나 급하다.

열정도 가득하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맨날 농담처럼 하는 말이, 내가 좋은 체력을 타고났다면 우주 끝까지 날아갔을 거라는!)


그래서. 그러니까.

내가 평생 배워야 하는 건 '천천히'구나.


열정이 가득해서 누리는 게 좋은 게 있고. (모험을 좋아함, 선지랄 후수습에 능함, 겁이 많은데 또 겁이 없기도 함 등등)

열정이 가득하니 생기는 약점이 있는 것.


불덩어리로 태어나서 좋은 것 누리고 살았으니,

불덩어리여서 생기는 문제들 잘 보듬고 살면 되는 것.


그리하여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천천히'를

천~~~ 천~~~ 히~~~~ 읊조리며 하루를 산다.


내 인생. 한 번도. 누려본 적 없는.

천천히. 느리게. 여유롭게. 노닥노닥.


엄청 낯설고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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