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님. 저는 제가 초라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다른 사람한테는 '나 잘하지 않아? 나 이 정도면 훌륭하지?'라는 말을 할까요?
최근 수업 참가자의 질문이었다.
내가 생물학적 여자임을 아는 사람은 '내가 여자다!'라고 굳이 주장하지 않는다.
정말로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꺼낼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나 괜찮지 않아?'라고 확인받을 필요가 없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 아니어서 불안하고 두려우니, 타인에게 확인 또는 인정을 받아 두려움을 잠재우고 싶은 것이다.
'내가 다 이길 수 있다'라고 힘자랑하며 큰소리치는 사람은 '질까 봐 두렵다'라고 말하는 중이고,
온갖 해박한 지식을 늘어놓는 사람은 '내가 틀렸을까 봐, 잘 모를까 봐 두렵다'라고 말하는 중이다.
입만 열면 성과를 자랑질하는 사람은 '사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는 중이고,
'왜 걱정을 하고 살아! 즐겁게 살아야지!'를 외치는 사람은 '인생의 문제를 직면할 자신이 없다'라고 말하는 중이다.
... 예전의 나는 힘세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무서웠다.
큰소리로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면, 그 말이 맞는지 틀린 지 따지기도 전에 무서워서 압도당했다.
똑똑하고 아는 것 많은 사람 앞에서 주눅 들었다.
저렇게 많이 알고 있으니 그 사람 말이 맞을 거고, 괜히 뭔가 말했다가 내가 모른다는 걸 들킬까 봐 입을 다물었다.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에겐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구나.... 저렇게 많은 일을 해내다니.... 나는 뭐 하고 살았니...' 초라해졌다.
늘 즐거운 사람이 한없이 부러웠다.
'왜 나는 저렇게 즐겁게 웃지 못하고 못나게 굴지...' 자책했다.
그래서 맨날 졌다. (정확히는 싸워보지도 못했다.)
나는 힘도 약하고, 아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대단한 경력도 없으니,
그들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 이제는 안다. 이제는 정확히 보인다.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두려움이.
겁에 질려 흔들리는 눈동자가.
약한 모습 들키지 않으려는 과도한 긴장감이.
나는 여전히 힘이 세지도 않고, 대단한 경력도 없다. 논쟁이나 말싸움에 이길 만큼 논리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이제는 무서운 사람이 없다.
어떤 대단한 사람이 나타나도 나는 그의 '두려움'을 보기 때문이다.
나에게 두려움을 들킨 사람은 이미 약한 사람인지라,
그 사람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주눅 들거나 겁먹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이 고요하고.
숨길 것이 없는 몸에는 긴장이 없다.
무언가 강하게 주장하지도, 상대를 제압하려 하지도 않기에, 존재 전체가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그래서.
일상에서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람들이 더 약해 보이지만,
사실 그들이 '강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두려움과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본투비 소심쟁이 겁쟁이들이여.
할 말 못 하고 참고만 살며 자신을 '나약하다'라고 자책했던 이들이여.
당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
강하게 보이는 사람일수록 숨기고 있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걸 보는 것이다.
온 존재가 뿜고 있는 연약함과 두려움을 듣는 것이다.
그럴 때.
주눅 들기는커녕 싸울 필요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부풀려진 자아 뒤의 초라한 진짜 모습을 보면 안쓰러움까지 밀려온다.
(나도 모르게 '우쮸쮸~ 무서워서 그랬어? 오구오구 구랬구나~~'하는 말이 올라온다;;)
또한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성향이 당신의 타고난 장점이라는 것도 기억하길 바란다.
두려움을 인정할 수 있기에 압도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활짝 열려있음을 기억하길.
그리하여 큰소리치지 않고도, 힘을 과시하지 않고도, 논리적이지 않고도, 싸우지 않고도,
상대를 부드럽게 사랑으로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자신에게 있음을.
꼭 발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