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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돈 May 16. 2017

이토록 찌릿찌릿한 희망고문 판타지

SIGNAL (2017) - TWICE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트와이스 멤버들은 외계인으로 변신한다. 다소 발칙한 상상을 가미한다면, 뮤직비디오 내내 트와이스가 외계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우리네 팬들이 트와이스를 바라보는 시선과 일맥상통할 수도 있겠다. 외계인이 트와이스의 온갖 구애와 폭력(?)에도 꿈쩍하지 않는 것은, 외계인의 눈에 그녀들이 보이지 않는다기 보다는 외계인의 전파를 맞아 초능력을 가지게 된 그녀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지구에 내려온 외계인의 입장에서는 그녀들이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럼 트와이스는 팬을 식상하게 느끼고 업신여기는 것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이는 데뷔 이후 끊임없이 성장가도를 달려오고 있는 트둥이들에게 부여하는 영리한 스웩(swag)이자 서사다. 유사한 예로 몇 달 전 러블리즈가 'WoW!'를 통해 그녀들의 이미지에 걸맞은 순정만화 속 2차원 소녀들의 판타지를 완성했다면, 트와이스는 자신들이 현재 점하고 있는 국내 탑 걸그룹의 이미지를 바운시(bouncy)한 사운드를 통해 조금 더 생동감 있고 발칙하게 어필한다. 그녀들이 인기의 정점에 있고, 우리들은 그녀들에게 열렬히 사랑의 시그널을 보내지만 그것이 그녀들에게 온전히 닿기 힘든 팩트폭력. 지금의 트와이스니까 가능한, 가사 말마따나 '찌릿찌릿'한 희망고문 판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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