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심했던 어제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설 때
뜨거운 입김이 새어나와
안경을 부옇게 만들었던 순간
문득 너와도 같아서
내 숨을 갑갑하게 만드는
주인 없는 네 손틈으로
숨기지 못하고 불거져 나오는
감정의 흐름이
나를 부끄럽게 하는 순간과 꼭 같아
결국 사랑은
자기 좋으려고 하는 거라며
씁쓸히 말하던 나의 멘토처럼
나 역시 실상이라고 믿고팠던
믿음 그 자체를 사랑하려 애썼지
반면
나는 어떤 구실이 될진 몰라도
적어도 네 마음의 구심점은 아녔어
하지만 이제 와 무얼 어쩌겠어
앞으로 남은 햇수도
별 다를 게 없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배경인 나라면
왜 그렇게 애쓰며
구구절절 사랑받고 싶어서
마음을 횡(橫)하는 건데
지나고 보면
지나고 나면
지금의 기록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
- 2017.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