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Man (2018) - 윤종신
2013년 윤종신이 셀프 리메이크 시리즈인 'Repair'로 1년을 보냈을 때 '그래, 이쯤 하면 종신옹도 지쳤을 테니 그만할 때도 되었지'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018년, 윤종신은 여전히 뮤직비디오 속 질주하는 드라이버처럼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어엿한 본인의 시그니쳐 프로젝트인 월간 윤종신을 벗어난 외주작업(?)에도 이따금씩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모습을 볼 때면 그야말로 윤종신에게 있어 음악은 숨 쉬는 행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윤종신이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가 근래 작업하는 방식은 여타 장인과는 색다르다. 창작력의 고갈로 인해 그가 택한 생존 방식인지 월간 윤종신의 잦은 릴리즈 방식이 가져다주는 피로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음악적으로 독창성을 택하는 대신 일상과 대중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편을 택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되 주변의 것들로부터 끊임없이 소재를 얻어 이를 오마주하고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생명력을 연장한다. 누군가는 월간 윤종신 이전의 정제된 정규앨범 단위의 결과물이 더는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워 하지만, 그는 기존의 정규앨범을 잃는 대신 싱글 단위의 스트리밍이 대세를 이루는 현 음악시장에서 꾸준히 미디어에 노출될 수 있는 최적화된 작업 방식을 브랜드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대다수의 대중들이 매달 월간 윤종신을 챙겨 듣는 것도 아니고 개개의 월간 윤종신이 항상 뛰어난 흡인력을 담보하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윤종신은 기존의 방식을 끝까지 고집하는 대신 납득 가능한 준수한 결과물을 꾸준히 대중들에게 노출시킴으로써 그에게 있어 실보다는 득이 많은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서 영리한 엔터테이너 장인이다. 그의 음악인생 중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라고 할 만한 '좋니'가 음악 프로그램 주간 1위를 차지했던 일도 결국 그의 음악 생산방식을 바꾸고 난 뒤에서야 일어난 일이니 말이다. 모든 아티스트에게 윤종신의 방식이 체질에 맞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이게 맞는 셈이다. 무엇보다 매달 그렇게 음악을 찍어낼 수 있는 것은 엔간한 체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런 그가 2017년 여름부터 시즌을 겨냥한 시티팝을 내놓게 된 것 역시 영리한 선택이었다. 7~80년대 일본에서 태동한 화려한 세션을 특징으로 하는 이 장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근래 한국 메이저 신에서 그 시도를 찾아보기 어려웠단 점에서 재창조의 기틀을 선점하였다. 윤종신은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미디어에서 시티팝에 대한 수요를 감지하고 있었고, 이를 월간 윤종신에 실천함으로써 기존의 발라더 이미지나 '팥빙수'나 '영계백숙', '바래바래' 등으로 대표되는 긱(geek) 이미지에 '시티팝 향유자'라는 새로운 명함을 덧보탠다.
2018년 7월에 선보인 또 다른 시티팝인 'Summer Man'은 보다 인상적인 퀄리티를 보여주는 동시에, 무한 반복되는 일본풍 애니메이션 밈을 뮤직비디오에 채택함으로써 시티팝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으레 유튜브에서 접했을 특유의 영상미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그는 또 이렇게 주변의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어서 재창조하는 '일상의 장인'에 충실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단타를 꾸준히 때려 롱런하는 동시에 가끔은 이렇게 인상적인 순간을 남기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