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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돈 Sep 17. 2019

올티가 걷는 길 위로 내리는 축복

올티 - PRESS START (Feat. 김소혜) (2019)

생각해 보면 올티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에서는 항상 남들과는 차별화된 작품을 선보였다. 학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은 첫 번째 앨범 '졸업(2015)'은 학교라는 하나의 테마를 앨범 단위의 작업물에 일관되게 녹여낸 국내 유일의 앨범이었고, 두 번째 앨범 '뻔한 돈 얘기(2019)'는 클리셰적인 머니 스웨거가 아닌 물질적 가치와 대면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성찰하고 어린 시절 기억의 한 켠을 상실감으로 메우게 한 돈의 무자비함과 그로 인해 스스로를 세상 앞에 분투하게 만든 동기부여의 과정을 날카로이 벼려낸 멋진 작품이었다. 그가 싱글 단위의 작품에서 성인의 무드에 대해서 노래하거나(GBPG, 담배 싱글) 프리스타일 래퍼로서(7indays, MIC SWAGGER Season 4 Host, 정기적 Show Me the Money 시즌 참여) 훌륭한 기량을 뽐내는 모습을 통해 동시대적 가치를 입증해 온 것과 비교해 보면, 그의 앨범 단위 작업물은 확실히 트렌디함과는 거리를 둔다. 하지만 단순히 당대의 주류 노선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훗날에도 소구 될 수 있을 만한 아티스트의 고유한 작품관을 새겨나가는 것이 올티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잘해나가고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올티의 앨범 단위의 작업물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낄 청자라면 꼭 앨범이 아니라도 그를 소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충분하고, 친동생 같이 아끼는 맘에 올티를 둘러싼 가십이 머뜩찮은 나 같은 꼰대도 '그래도 올티의 앨범은 늘 좋았어'라고 인정할 수 있으니까. 좋든 싫든 올티는 루키 시절부터 대한민국의 힙합을 견인할 중요한 아티스트로 지목되어 왔고, 지금도 그 명제는 유효한 현재 진행형이다.


올티의 세 번째 앨범 '8BEAT'는 뿅뿅 오락기 게임 시절을 관통했던 세대의 아련한 추억을 테마로 삼고 있다. 전작의 어두웠던 분위기와 대칭을 이루려는 듯 발랄한 레트로 게임 사운드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이번 앨범 역시 앨범 단위의 작업물로서는 미증유의 영역이라 할 만하고, 올티의 타이트한 랩 스킬은 이번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러한 독창적인 영역에 랜드마크를 세우려는 그의 야심과는 무관하게 비트 프로덕션은 레트로의 질감을 살리다 보니 산만한 지점이 곳곳에 노출되어 있고, 게임이라는 소재 내에서 다양한 가사의 변이를 꾀하려고 한 흔적은 보이지만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소재가 참신할지언정, 싱글 단위라면 몰라도 앨범 단위로 발전시키기에는 볼륨의 한계가 있는 소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장 손이 가는 트랙은 역시 1번 타이틀곡인 'PRESS START'이다. 게임을 시작할 때 으레 느끼는 설렘과 근심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기던 어린 시절의 선연한 추억을 담은 가사는 이 앨범의 주제를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자극적인 레트로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지만 흡인력 있는 멜로디 라인과 여성 보컬의 청량감이 곡의 균형감을 너끈히 유지한다. 앨범 단위로는 자주 꺼내 들을지 모르겠으나 타이틀곡의 인상은 확실하게 챙겼으니 다행이라 할 만하다.


앨범에 대해 다소 애매한 평을 내리기는 했으나, 결론적으로는 올티가 어떤 의도에서 이러한 앨범을 제작했는지 팬으로서 공감하고 나아가 그 의지를 칭송하는 바이다. '졸업'에서 '첫걸음을 떼고' '뻔한 돈 얘기'에서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던 올티가 이번 '8BEAT'에서 다시금 첫걸음을 언급하며 시작 버튼을 힘차게 누른다. 매 작품마다 초심을 되새기며 전진하는 그의 행보에 금붙이와 함께 한국 힙합의 앞날을 이끌어 나가는 축복이 내리길.


올티 (Olltii) - PRESS START (Feat. 김소혜 (Kim So Hye)) 뮤직비디오 (출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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