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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돈 Dec 09. 2019

이 시대의 자낳괴들이
유튜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

1편 - 짱재영이 조작과 반복을 대하는 태도

짱재영의 대표 인기 동영상, '던질까 말까 춤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춰보기' (출처: YouTube)


여기 한 남자가 어린이 장난감 주제곡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동요에 맞춰서 춤을 춘다고 하면 길어봤자 얼마나 길까 싶지만 어라, 이 남자. 조금 이상하다. 동요의 특정 구간을 반복 재생해놓고 일정한 동작을 1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반복한다. 이게 도대체 뭐 하자는 건가 싶어서 타임라인 스크롤을 이리저리 휘저어보지만, 교묘하게 짜깁거나 붙여 넣은 것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진짜배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묘하게 지쳐가는 남자의 얼굴과 허우적거리는 몸짓을 담아낸 이 동영상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에 열광하고 있다.


유튜브를 검색하다 보면 우리는 짧은 길이의 동영상을 붙여 넣기를 반복하여 시간을 비대하게 부풀린 반복 재생 동영상들을 쉽게 접하게 된다. 사용자가 간단한 설정을 통해 동영상을 반복 재생할 수 있음에도, 그마저도 귀찮은 이들을 위해 누군가 잉여로운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삶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해 기존의 것을 조작하고 그것을 반복하지만, 그 인공적인 조작에 과도하게 노출되다 보면 무언가 오차를 내어 비껴가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된다. 짱재영은 이런 현대인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들어 역이용한다. 표면적으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그것을 만들고 선보이는 방식은 지독하리만치 쓸 데 없고 비효율적인 고행이다. 유의미한 행위들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하릴없이 단순 율동을 수고로이 반복하는 짱재영의 모습은 일견 바보 같아 보이지만, 꼼수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그의 모습에 어느덧 신뢰와 찬사를 보내게 된다. 누군가는 이 사람이 동영상을 교묘히 편집하여 한 시간을 채운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짱재영의 우직한 모습은 마치 '의심하지 말고 그냥 느긋하게 멍 때리다 가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결국 우리네 어른 자아는 짱재영의 놀음에 손사래를 치지만, 그와 같이 느긋하게 멍 때리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장난을 치고 싶은 어린이 자아의 부름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날로 먹는 콘텐츠인 것 같지만, 정작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적지 않은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위 동영상을 위시하여 짱재영은 대칭 결벽증 환자들을 위해 기존의 동영상과 반대 방향으로 춤을 추는 '좌우강박 에디션'을 선보였고, 쉬지 않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현타'를 느끼거나 쉬지 않고 웃으면서 조커의 광기를 흉내내기도 한다.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도전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고 환호하는 기이한 현상.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낳괴들이 유튜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짱재영 - 10만 구독 기념ㅣ던질까 말까 춤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춰보기 [좌우강박 에디션] (출처: YouTube)
짱재영 - 거울 속 내 모습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바라보기 (출처: YouTube)
짱재영 -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웃어보기 (출처: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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