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앨범 '졸업' - 올티 (2015)
대다수 일반 대중들은 올티(Olltii)와의 첫 만남을 쇼미더머니 시즌3로 기억할 것이다. (물론 케이팝스타 시즌2가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쇼미더머니이므로 논외로 하겠다.) 악마의 편집에 한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엠넷의 일련의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올티 역시 저돌적인 캐릭터로만 그려진 면이 있지만, 사실 올티는 '옳은 티가 난다'는 예명의 뜻 그대로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예의 바른 이미지로 인정받아왔다. 더불어 뭇 여심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준수한 외모까지 갖추었으니, 과연 훈남이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다. 음악을 논하는 자리에 뜬금없이 웬 인성에 외모 칭찬이냐고? 필자도 서두를 시작하면서 어색한 마음에 몇 번이고 글을 썼다가 지웠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론에 앞서 이처럼 서투른 시작을 고집하는 이유는, 올티가 힙합 아티스트로서 지닌 위치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티는 아이돌스럽다. 이것은 필자가 아티스트로서의 올티의 모습을 제외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를 통해 지켜본 그의 모습에 대한 평가다. 여기서 아이돌스럽다는 것은 기획사에 의한 '상품성'이 아니라 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스러움'이다. 대한민국 20대 초반 청년으로서 건실하고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똑 부러지게 그려나가는 그의 모습은, 기획사가 주조한 이미지 메이킹이 아닌 온전한 그의 멋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이돌은 남들이 그러한 사랑스러움을 알아주고 열광할 때 아이돌로서 의미가 있다. 뭇 아이돌 가수들이 기획사를 통해 매체에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인지도를 쌓아야 할 때, 올티는 기획사의 도움 없이 케이팝스타와 쇼미더머니에 스스로 도전장을 제출함으로써 기획사가 담당해야 할 인지도적인 측면을 스스로 충당하였다(올티의 소속사 얼라이브가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의 방침이 아이돌의 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올티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함으로써 아이돌에 준하는 인지도를 확보하는 영리함을 갖춘 동시에, 진취적이고 꾸밈없는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로써 팬을 확보해 나가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편 그의 꾸밈없는 태도는 종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힙합이라는 장르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힙합이라는 장르는 다른 음악 장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아티스트의 사상과 삶의 방식을 대변하는 정도가 지대하다. 이런 점에 있어서 자신이 보고 느낀 동시대의 삶을 소재의 주류로 삼는 올티의 음악은 힙합적 태도에 있어 거스름이 없다.
더군다나 올티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국내의 대표적인 프리스타일 래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탄탄한 랩 스킬의 보유자다. 일찍이 중학생 시절부터 길거리 공연을 다니며 힙합과 벗해 온 그에게 있어 힙합은 태도적인 측면에나 문법적인 면에 있어서도 나무랄 데 없는 삶의 커다란 일부이다.
일견 상반되는 가치를 양립시키는 데 성공한 올티. 이것이 올티가 국내 음악 시장에서 점하는 그만의 독특한 위치이며, 이는 지드래곤 등과 같이 대형 소속사의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으로 성장해 온 힙합 가수와는 또 다른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만약 올티가 힙합 아티스트로서 소위 '빡센' 모습만 어필했다면, 힙합 아티스트로서 인식되어질 수는 있었겠지만 지금 올티가 누리고 있는 아이돌로서의 파급력을 지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올티는 자신을 널리 알리고자 함에 매우 긍정적이었고, 자신의 '사랑스러운' 삶 자체를 힙합의 기제를 통해 드러내기를 원했다. 그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 바로 정규 1집 앨범 '졸업'이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지만, 이 앨범은 웰메이드인 동시에 (감히 사견을 내세우자면) 한국 힙합 역사에 있어서도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 2부에서 계속
대한민국 학교에 바치는 미증유의 헌사 - 2부 링크: https://brunch.co.kr/@larrybrunch/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