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대하는 자세
Trendsetter or Trendsitter?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증시의 오랜 격언이지만
바닥인 줄 알고 샀더니만 상투가 잡히고
어깨인 줄 알고 팔았더니만
기린 어깨인 경우가 다반사다
이른바 핫하다 인싸다 하는 것들
흔히들 트렌디하다고 하는 문화들도
주식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하다
요즘은 N사 이 시리즈 신발 신어줘야 해
레트로가 대세라 이런 패턴의 니트는
입어줘야 MZ세대에 발맞출 수 있어
누가 그런 말을 써?
앞으로는 강조할 때 쌉을 붙이고
열 받을 때는 킹받는다고 해
무슨 뜻인지 묻지 말고 그냥 써
뒤쳐지기 싫었다
뭔지도 모른 채
입에 담고 발에 끼고 몸에 걸쳤다
주변의 시선도 잠시
그 모든 것들은
길게는 몇 달 짧게는 몇 주 안에
세상 구린 구습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진작에 아예 모르던 사람보다도
더 옛날 사람이 되어
몇 곱절의 낙오감을 경험해야 했다
이른바 묻지마투자의 가혹한 대가다
간혹 주변에서
남의 말만 듣고 무작정 주식에 뛰어들어
아예 주식투자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무턱대고 흐름을 추수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가
사실 정말 트렌드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그냥 스스로 트렌드가 되면 된다
원색의 셔츠를 입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팔바지에 정장구두를 신자
이런저런 신조어를 모른다면
시원하게 모름을 인정하고
본인이 알고 있는
따봉 캡짱이야 깔쌈하네를 쓰자
이 촌스러운 바이브가 뉴트로가 되어
새로운 주류가 혹시라도 된다면
고마운 일이고 굳이 안돼도 상관없다
가장 나다운 게 곧 트렌드다
나를 가장 잘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문화에 진심인 것
그게 가장 트렌디한 일이다
누구 덕에 갑자기 바둑이 유행하고
볼링이 대세가 되고 너도나도 골프를 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처음 시작한 이는
그것이 트렌드여서
혹은 인싸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그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다 보니
남들보다 뛰어나 졌고
그것이
이른바 트렌드가 된 것이다
남이 정해준 관심종목보다는
내가 꽂혀서 공부한 종목이 진짜 내 것이다
결국 후자가 이익 볼 확률이 더 높고
설사 잃는다 해도
전자보다는 마음 상하지 않는 이유
어딘가 본질이 맞닿아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트렌드에 묻지마 sit하지 말고
나를 트렌드로 set 하여
나를 살자
막연히 쫓기는 기분 없이
색다른 시선을 느끼며
자신의 인생을 사는 듯한 짜릿함이 있다
제대로 된 트렌드 가치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