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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진기행 Dec 18. 2021

'다움'에 관한 짧은 고찰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한 번 태어나 살다 가는 인생

무슨 제약이 그렇게나 많고

지켜야 할 것들이 뭐 그리 다채로운지


아마도 대부분 

인생의 마지막 날에 다다르면

덧없이 토해낼지 모를 넋두리.

'그냥 눈치 보지 말고 그렇게 해볼걸'

'무슨 부귀영화 누리자고 늘 이렇게만 살았을까'


물론 우리는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자원을

여럿이 나눠야 하는 숙명을 타고났기에

법과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 없는

약육강식의 야만 속에는

불안과 공포만이 상존할 뿐이다


문제는 법과 제도 이외의

다양한 정신적 빗장들이다.

많은 멍에들이 있겠지만

우리 곁을 참 오래도록 머문 심리적 장벽

바로 이른바 '다움'에 대한 강박이다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는

소위 방송'다움'에 대한 것이었다

기존의 방식과 조금만 다르게 방송해도

"방송이 장난이야?"라는 핀잔이 날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을 장난처럼 즐기는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 얹혀 각광을 받는다


'다움'에 갇히면

 다 같아지고 '나'가 보이지 않는다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자가

 백만 유튜버가 되고

파워 블로거가 되고 인플루언서로 인기를 얻는다

물론 여기에 대전제는

최소한의 선, 방송으로 치면 심의규정과 같은 장치는

준수해야 그 의미가 빛을 발한다는 점.


올 한 해 가장 핫했던 TV 콘텐츠 '스우파'는

그런 점에서 참 짜릿했다

막연한 여성'다움'을 벗어나니 '댄서'가 보인다

'예쁘다' '섹시하다'는 말보다는

'멋있다' '진정성 있다' '완전 리스펙'이라는 말이 더욱 자연스레 터져 나온다


'다움'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약간만 유체 이탈하듯

기존의 틀에서 빠져나와 관조하면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보이는 매직을 경험하게 된다

요즘의 그런 흐름이 퍽이나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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