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ru journey Oct 10. 2022

6 그리운 얼굴들

추석에는 선데이 로스트를

9/11일


• 가족들과 영상통화

• 선데이 로스트

• 영국에서 비건이라는 건



느슨한 아침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크럼핏을 2개나 먹었다.


추석을 맞아 모인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그리운 얼굴들이 한 스크린에 모두 모여있으니 처음으로 한국이 그리워졌다.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우리의 소중한 가족들.

사실 결혼하고 둘이서 같이 유학을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양가 가족들이 늘 꿈꾸도록 격려해주었던 것이 새삼 또 고마웠다. 그만큼 주어진 오늘을 소중하게 여기고, 더 많이 경험하고 돌아가야지.



***


거실 텔레비전에서는 엘리자베스의 관이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으로 출발했다고 했다. 런던에서 국장을 치르고 윈저성에서 가족장을 마친 후에 그곳에 안치된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녀의 관을 실은 큰 차가 이동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방영되었다. 


살아서도 나라를 위해 모든 시간을 쓰고, 죽어서도 그녀의 시신이 이동하는 것을 온 나라 사람들이, 전 세계사람들이 본다. 이보다 더한 헌신이 있을까.


그녀의 마음은 아무도 헤아릴 수가 없을 테지만, 젊은 날의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런 헌신을 할 용기를 가지게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대답은 들을 수 없지만,

아마도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 아니었을까.


나는 오늘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나는 오늘 나의 삶에게 충실하고 있을까.

나를 흘러가는 시간과 계절을 충분히 느끼고

충분히 기뻐하고 슬퍼하고 있을까.


나는 너에게 좋은 아내로

나는 나에게 좋은 친구로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고 있을까.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



저녁에는 베키와 선데이 로스트를 먹으러 갔다.

선데이 로스트는 말 그대로 일요일에 먹는 전통 식사로

로스트비프와 그레이비소스, 야채, 요크셔푸딩을 곁들여 먹는 것이라고 했다.


화려한 외관의 펍에 가서 주문을 했다.

비프와 포크와 베지 중에서 고를 수 있었다.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모든 식당에 비건 메뉴가 있다. 베키도 완전 비건은 아니지만 되도록 비건식을 고르는 비건 지향인이다.


팜에서 동물들이 겪는 폭력적인 처우를 생각하면 고기를 많이 소비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특히 그녀의 가까운 친구가 수의사인데 팜으로 실습을 나간 친구가 들려주는 생생하고 잔인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제의식을 더 생생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한국 친구들 중에서도 비건 지향인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한식이 고기가 들어간 메뉴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비건을 지향하기란 무척 어렵다.


반면, 여기서는 훨씬 쉽다.

모든 가게에 비건 메뉴가 있고 심지어 더 맛있기도 하다. 

비건 지향인이 아닌 나에게 조차 고기가 오히려 옵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채식을 하는 인도인들이 많은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무튼 고기도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라는 것이 요즘 새롭게 느끼는 바다.



그리고 한 접시 가득 음식이 나왔는데

빠네 같이 가운데가 푹 들어간 빵이 곁들여 나왔다.

요 것이 바로 요크셔푸딩이라고 했는데 왜 푸딩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오늘도 또 든든하게 먹고 배를 두들기며 집으로 갔다.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를 하고

영국의 새 가족들과 선데이 로스트를 먹으며 보내는 영국에서의 첫 추석이었다.


여섯 번째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5 자연과 함께 사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