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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u journey Feb 06. 2023

9 런던에서 집구하기

힘들다는 말은 들었지만,

10/9


• 집구하기너무어려운걸-


한달째 집을 구하고 있는데 집구하기가 참 쉽지 않다.

먼저, 우리는 한 명이 아니라 커플이어서 집 구하기 어플에서 커플가능 필터를 켜면 가능한 매물이 상당부분 줄어든다.


BBC리포트 <요즘 영국에서 집구하기가 왜 이렇게 힘든가> 라는 기사에 따르면 2022년 가을 이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평년 대비 4-5배 넘는 사람들이 런던에 와서 집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코비드가 끝나서 모두 몰려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 값이 아주 비싸다. 물론 돈을 더 내면 갈 수 있는 방은 있다.

하지만 1200파운드에서 1400파운드- 한화로 약 240만원에서 300만원 가까이 되는 월세를 내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리고 부동산 에이전시에 갔다가 사장님과의 짧은 대화에서 얻은 인사이트로는 영국 정부가 주택을 여러개 가진 사람들의 세금을 아주 올려서 현재 렌탈 마켓보다 판매하는 매물이 훨씬 많다는 것.

매일 보고 있는데 렌탈이 2-3개 올라오면 판매는 200개 수준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집을 살 수는 없는데요..)


한달 째 매일 어플에 올라오는 새로운 매물에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올라온지 얼마 안되는 매물에 메세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유료 결제를 해야한다. 2-3만원 정도의 얼리버드 메세지 보내기 비용을 지불하고 수시로 어플을 보고 있다.


어플은 스페어룸, 주플라, 롸잇무브

이렇게 3개를 고루 보면 된다.


메세지는 열 댓개를 보내면 2개 정도 답변이 오는데 그마저도 이건 커플을 위한 방이 아니다. (필터에 걸리는 곳에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계약이 되었다. 같은 식이다.

어플에서 해결이 안되니 에이전시를 찾아갔지만 우리가 둘이니 큰 규모의 스튜디오(원룸, 오피스텔)만을 권하거나 1달 뒤에 입주 가능한 매물만 있었다.


그나마 어플에서 안된다는 메세지를 보내준 고마운 에이전시 분들에게 혹시 다른 것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이어진 2명의 직원분들이 매물이 올라오는 대로 한 두개씩 공유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한 달 뒤, 두 달 뒤에 입주 가능한 것이었다.


***


그래도 이런 노력 끝에 총 3개의 뷰잉을 했는데

1 처음에 간 곳은 뛰쳐나고 싶은 정도의 반지하 같은 곳이었고


2 두번째 간 곳은 괜찮아 보였지만 주변이 약간 우범지대 같아 보였다. 확신할 수는 없으나 도로에 술집이 많고, 창문이 깨진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래도 일단 무서운 입구를 지나서 들어가기만 한다면 방도 넓고 살만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이틀 정도 망설이고 가겠다고 했더니 이미 계약이 되었다고 했다.


3 오늘은 세번째 뷰잉을 갔다.

동네도 날씨도 좋고 세계여행을 떠난 집주인의 집이고, 방 2개를 렌트하고 있으며 1명은 살고 있고, 1명이 이사를 나가서 우리가 보러간 것이다.


방은 넓지는 않지만 천장이 높아서 좋았다.

그런데 <세계여행을 떠난 주인>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좀 미스였다.


거실 벽 전체가 세계에서 수집한 수집품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영국인이 보기에 좋아보이고 특이해보이는 취향으로 구성된 수집품은


예를 들어

아프리카 족장이 사용할 것 같은 치렁치렁한 가면, 호랑이 그림의 족자, 머리만 있는 불상, 역시 또 아프리카 족장이 쓸 것 같은 줄줄이 사람 머리 형상을 닮은 지팡이 등등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방에도 조선시대의 대관식 같은 그림도 크고 길게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이 무척 그립지만 대관식을 보면서 자고 싶지는 않은데 어쩌지..


그리고 같이 사는 남자분은 중년의 영국인인데 많이 바쁘신지 머리도 감지 않으시고 우리를 맞아주어서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나) 미안하지만 거실과 주방의 정리되지 않은 위생상태를 그와 연관해서 보게 되었다.


***


우리집은 어디에 있을까. 남편도 호주와 캐나다에서 집구하기를 해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운 경우는 처음이라며 나를 다독여주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주 오랜만에 울적했다.


한국에서는 참 쉬웠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하나씩 해결하는게 참 버겁구나.

하지만 슬퍼한다고 해결될 것은 없다. 우울할때는 맛있는 걸 먹어야지!

와사비에서 익숙한 연어초밥을 사고 모리슨에서 먹고 싶은 걸 다 골라서 사왔다.

라면까지 끓여서 호로록 먹고 나니 조금 행복해졌다.


역시 사람이 배가 고프면 안된다. 밥은 잘 챙겨 먹자.



***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찾아서 이사를 했다.

얼마나 힘들게 구했는지 잊어버리지 않게 남겨두고, 마음에 안드는 점이 생길때마다 다시 읽어보아야지.

무튼 영국에서 집구하기 너무나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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