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컬리에서 루테인 약을 샀다. 눈에 좋다고 하고, 마침 세일이길래 충동적으로 구입했다. 실은, 3달 전부터 갑자기 눈 앞이 흐릿한 것을 느꼈다. 컴퓨터 앞에서만 일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밤마다 누워서 보는 핸드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시가 생긴 것 같다. 처음 이 현상을 느꼈을 때는 너무 무서웠다. 이러다 점점 눈 앞이 더 흐려져서 결국 수술을 해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타고난 가족력 중 하나가 시력이고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당연하게 눈 앞이 선명하게 잘 보였었으니까 이게 평생 유지될 줄 알았나 보다. 그나마 내게는 눈 앞의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거나 흔들려 보이는 현상이 매일은 아니고, 어쩌다 종종 일어난다. 남들은 이런 현상이 아주 어릴 적부터 계속, 그리고 매일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난 참 운 좋은 사람이구나 느꼈다. 친구들이 안경을 쓰고 렌즈 때문에 불편해할 때, 늘 내게 부럽다고 소리쳤었는데 그때는 나의 좋은 시력에 대한 감사함을 몰랐다.
왜 꼭 사람은 불행이 와야지만 행복한지 알게 될까? 이를테면 건강은 꼭 불편함이 느껴져야만 그 소중함을 안다. 작년에 나는 치통을 크게 앓았었다. 6개월간 하루에 갖가지 진통제를 6알씩 먹어도 아파서 고생했었다. 그때 알았다. 아프지만 않아도 행복이라는 것을. 결국 2번의 신경치료를 통해 그 통증은 해소되었지만, 이미 썩어버리고 신경이 망가진 이빨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있을 때 잘할걸… 중요한 건, 이미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깨닫고 감사하며 즐겁게 살면 되는 것이다. 시간은 유한하고, 인체는 노화되는 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가진 것에 충실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청력,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튼튼한 무릎관절,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을 맘껏 해볼 수 있는 두피와 모발, 내가 좋아하는 늘 사랑스러운 친구들, 언제나 나를 사랑해주고 내 편인 부모님. 이런 것들은 모두 유한한 존재들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다음 날에라도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 정말 더욱더 '지금’ 이 일상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모는 작년에 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걸어가던 중, 버스에 치여 뇌사상태에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모의 딸들, 즉 사촌언니들이 나한테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나는 이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면서 내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현재라는 시간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사명은 현재를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도, 주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자각하면 그들에게 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님은 당연한 존재처럼 여겨져 가끔 짜증이 나도 이제 함께할 시간이 채 30년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매일 내 진심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말로는 죽어도 못하겠는데, 그래도 후회할까 봐 카톡 메시지라도 보낸다. ‘사랑해요’라고.
종종 유튜브로 법륜스님의 강연을 듣곤 한다. 스님도 괴로움이 없으면 행복한 것이고, 아픈 곳이 없으면 건강한 거라고 말씀하셨다. 내 인생도 이만하면 행복인 것이다. 심플하게, 마음 내키는 대로, 내가 행복한 방향으로 그냥 살되, 이왕 사는 거 재밌게 즐겁게 살고 싶다. 어떤 방향을 택하든 내가 괴롭지만 않으면 된다. 이미 행복은 내 안에 있던 거니까 마음껏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