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의의 은퇴 번복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 (이하 '그대들은' 으로 정리)를 보며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들(미야자키 고로)에게 주는 아버지의 요약본 같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면.
1. 빈약한 흥행요소 그러나 가득한 세계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겠지만, 일단 내가 본 하야오의 타 작품에 비해 흥행요소가 많이 빈약하다. 하야오는 분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처럼 음악을 활용한 연출도 할 줄 알고, 포뇨나 토토로처럼 캐릭터를 활용할 줄도 안다. 붉은돼지에서는 장기인 공중씬 연출도 멋지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 작품에선 그런 부분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하야오가 보여주었던 세계관만큼은 이 작품에 함축적으로 모두 들어가 있다. 반전주의, 하지만 전쟁준비 관련으로 먹고 사는 피부양자의 현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거대한 순환, 이상한 세계로의 모험과 혼란스러운 자아 등 미여자키하야호가 지금껏 던졌던 메시지들이 이 작품에 함축적으로 던져진다. (이 영화가 어렵다는 의견은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
이것은 마치 종합요약본 같기도 하고
'이런 스토리를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연출해라.'
라고 간접적으로 아들이나 다른 애니창작자들에게 말해주는일 같기도 하다. 창작자에게 이 메시지가 전달되는게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면, 흥행은 첫번째 요소가 아니게 느껴질수 있을것이다.
2. 소녀에서 소년으로 전작 [바람이 분다]도 있긴 했지만 마녀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령공주등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특징은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하야오의 유년기와 투영되는 시대의 소년 캐릭터가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41년생인 하야오와 2차세계대전을 겪는 소년의 시대가 매우 가깝다. 마치 하야오의 어린시절을 분신처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2.2제목에서 이름이 빠졌다 하야오 작품의 또다른 특징은 역시 작품에 캐릭터들이름이나 호칭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은 역시 적작 [바람이 분다]처럼 작품제목에 캐릭터 이름이 빠져있다. 그것도 갑자기 의문형으로의 변화다. 의미가 없이 변화하진 않았을 것이다.
2.3 하야오를 닮은 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의 제목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하야오는 제목과 주제를 저 작품에서 빌려왔다고 했지만 그것만 가져온것 같지는 않다.
3. 새로운 세계와 파괴 주인공 소년은 탑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넘어간다. 탑속엔 이전 사회에 없던 새로운 세계와 창조물들이 있다. 이 탑은 은유적으로 만화나 영상등을 통해 창조된 새로운 뉴미디어와 독자들의 세계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탑이 파괴되지 않게 하기위해 창조자가 매번 노력을 해야 하지만 소년은 그것에 순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괴하는 결론을 내린다. 이것은 과거의 선배들이 만든 영광과 창조물에 얽매이지 말란 의미로도 내겐 보였다. 적어도 하야오의 작품과 매우 유사했던 아들 고로의 게드전기를 본 나로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