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두가지 영역으로 나눈다. 밀양에서 전도연과 송강호가 그 두가지 영역을 각각 다른 모습으로 밀도 깊게 보여준다.
전도연의 연기는 관객에게 극을 이해시킨뒤, 내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잘 연기하는지 지켜보라는 연극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의 표현과 전달력이 관객의 감정에 직적접으로 다가온다. '연기차력쑈'라는 말이 이런 배우에게 사용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송강호가 밀양에서 보여준 연기는 그것과 결이 많이 다르다. 극을 흡수하고 촬영상황과 거리를 둔 뒤 시나리오속 캐릭터의 삶에 몰입한다. 사진의 전도연을 바라보는 모습도 원래는 옆자리에서 촬영하는 기획이었는데, 송강호가 아무래도 이 씬은 뒤에서 지켜봐야 좋을거라고 하며 카메라에서 멀어진 연출을 이창동 감독에게 직접 요청한뒤 수정해 촬영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송강호가 혼자 노래방기계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연기의 백미라 생각한다. 송강호가 주변인의 여백적 역할을 보여줌이 화면을 뚫고 나온다.
2. 감독
이창동 감독은 카타르시스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시험에서 일부로 맞은 0점은 100점과 같다는 의미다.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하게 빈틈없이 서사를 마무리 한다.
극중 캐릭터의 좌절과 분노 그리고 고통을 밑바닥까지 보여주며, 다시 건축하듯 쌓아올리며 반복한다. 그 반복속에서도 우리는 어느정도의 부분까지만 받아들이지 결코 온전히 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결코 타인의 고통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숙명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재확인 시켜주는 일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