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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Nov 29. 2020

10. 휴직 후 소중한 나의 일상

  일상이 여행 같다. 요즘 느끼는 생각이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소중해도 되는 걸까. 모든 여행이 좋은 게 아니듯 피곤하기도 하다. 매일매일 무얼 해야 할까 다음날은 뭘 해야 할까 찾는 것도 여행 같다. 가끔은 다 귀찮아서 그냥 누워서 지내기도 한다. 다만 똑같이 판에 박힌 생활만은 아니라는 게 좋다. 우울에 빠지면 며칠은 힘들게 누워서 보내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온갖 불안한 생각이 든다. ‘나 뭘 위해서 휴직했지. 이렇게 쉬려고만 한 게 아닌데, 뭔가 해야 하는데 지금 뭐 하는 걸까’ ‘근데 나 아파서 쉬는 거잖아. 어떻게 해야 나을 수 있는 거지?’ 하면서 몸은 쉰다고 생각하지만 머릿속은 절대 쉼이 없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많은 사람. 그래서 병이 커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휴직 후 가장 큰 변화는 하루하루 내가 해내는 일들이 소중하고 대견하다는 것이다. 그전에 출퇴근하며 일할 때는 내가 부족하고 원망스럽기만 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왜 이렇게밖에 못하는지. 지금 보면 매일 나에게 칭찬을 해줘도 부족했는데 나는 나를 미워하기만 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당장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면 좋겠다. 매일 사소한 일들을 해내는 나도 대견한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은 얼마나 대단한가.      


  매일 데일리 다이어리와, 위클리 다이어리를 쓴다. 데일리 다이어리는 하루가 지나서 어제를 기억하며 쓰고, 위클리 다이어리는 매일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적고 체크하는 용도이다. 두 권 모두 매일매일이 형광펜 가득이다.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하고 싶었던 일에 체크를 하는데, 아주 사소하게 게임하기, 책 읽기, 글쓰기 같은 것들이다. 내가 원하는 이 소소한 행복들을 그동안은 즐기지 못했다. 출퇴근하면서도 하던 일이지만 커다란 스트레스에 짓눌려 이 소소한 행복들이 느껴지지 않았다. 남들은 소확행이라고 하면서 일상의 행복을 느끼던데 내 눈에는 불행만 너무 크게 보여서 아무리 뭘 한들 행복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위클리 다이어리에 오늘의 할 일을 쭈욱 적고, 약을 먹고 밥을 먹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간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듯 하루를 보낸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 그것에서 큰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고민도 한다. 앞으로 뭐 먹고살지. 앞으로 뭘 해야 내가 이런 행복을 지속하면서 살 수 있을까. 불행에 전도된 삶을 사는 건 지금 몇 년으로 충분한 것 같다. 내 수명이 언제까지 일지 모르는데 더 이상 이 불행을 지속할 수 없다. 마음을 바꾸자니 그건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건 포기하기로 했다. 해볼 수 있는 것에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데에 도전해보자. 그게 지금의 결론이고, 그래서 나의 하루하루는 작은 여행이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여행. 결과를 발견하지 못하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해보지 않는 사람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사람이 낫더라.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해보고 후회하는 사람. 인간의 삶에 후회 없는 삶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저지르고 후회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여행을 하고 있나요? 갑자기 궁금해진다. 다른 이들의 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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