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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Dec 01. 2020

내 집으로 와요(1~7) / 하라 히데노리

책을 그냥 보진 않았어요(1)

  그때야말로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이제 그 사람에게서 벗어났고, 나는 자유를 되찾았다고. 5년을 만난 만큼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나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우리의 상황과 똑같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감정이 무너져 흘러내려서 수습하기가 어려웠다. 굳은 표정으로 집에 돌아와 누웠는데 땅 밑으로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꿈과 사랑을 두고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느냐고. 내 인생 영화인 ‘라라 랜드’역시 비슷한 내용인데, 이 책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죽고 싶게 만들까. 그 영화를 볼 때는 그와 함께였고, 이 책을 볼 때는 나 혼자였기 때문일까? 이유가 뭐였 건 나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르겠다. 답을 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사랑도 정해진 게 아니라 흘러가는 물같이 종잡을 수 없는 것이란 것만 알겠다. 그래도 여자 주인공은 정리된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며 떠나갔다. 그래서 나는 더 걷잡을 수 없이 슬퍼지고 말았다. 그 미소가 완전한 해방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앞으로도 힘들겠지 생각나고 괴롭겠지.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인지 그 미소에 가슴을 쥐어짜이듯 아팠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면 편할 일이었다. 지나간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고도 배웠다. 근데 그게 왜 이리도 힘든 걸까.      


  헤어진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이 책을 본 지도 반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그 무너져 내리던 순간이 잊히지 않아서 결국 이렇게 글을 쓴다. 아팠던 내 마음이 사실 지금도 아픈 내 마음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글을 쓴다. 책을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 순간이었다. 이미 절판된 도서여서 구비하고 있는 책방이 많지는 않다. 그래도 우연히 그때 그곳에서 이 책을 만난 건 어떤 인연이 아닐까 하고 내 인생 책장에 꽂아둔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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