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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Dec 20. 2020

숨그네 / 헤르타 뮐러

책을 그냥 보진 않았어요(2)

 ‘배고픔 : 배가 고픈 상태. 또는 그런 느낌.’      


  배고픔이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느껴오며 우리는 살아간다. 여기 영원한 배고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다. 독일계 루마니아인인 화자는 전쟁 후 수용소로 끌려가고, 담담하게 짐을 싸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는 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살며 죽음보다 더한 배고픔의 고통을 버티고 살아남았다.     


  배고픔에 대하여 이런 문구가 나온다 

“배가 고프다는 것 말고는 자신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까. 

배가 고프다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면”

배고픔 자체가 나를 압도하고 배고픔이라는 존재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면,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닌 게 아닐까.

배고픔에 대해서 이렇게 오래깊게 생각해본 책은 처음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배고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최소한의 배고픔만을 견디고 사는 나는 죽을 때까지 어느 정도의 배고픔을 더 겪을 수 있을까. 단순한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보편적인 인간의 고통을 가장 크게 느꼈다.      


  책을 읽고 난 감동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나는 아직 멀고도 멀었다. 다만,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그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절박했을까. 하지만, 한편에 이런 생각도 든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평가절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남았지만 절름거리는 행복을 이고 팽이처럼 살아가는 그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내가 되길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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