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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Dec 07. 2020

우울증 치료 일기(4월)

이 기록은 나의 우울의 단상이며, 정신과 치료 기록입니다. 매월별 기록해 둔 일지를 복원한 것입니다.


  어제는 회사에서도 힘들고 몸 쓰는 일로 체력을 다 써서 그런지 퇴근할 때 우울해서 너무 힘들었다. 물이 없어서 그렇지 병원에서 준 필요시 약을 먹고 싶었다. 집에 가서도 당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서 얼른 잠들었다. 갑상선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닐까 다음에 한번 물어봐야겠다. 일찍 자서 중간에 깼는데 에전같은 우울감이 다시 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계속 이런 상태가 반복될까 봐 걱정된다. 얼른 병원에 가고 싶다. 그동안 힘든 일이 없어서 괜찮았나 싶다. 오늘은 어제보단 덜 우울하고 덜 힘들다.      


  노트북을 사고 나니 왜 이렇게 사고 싶은 게 많은지 돈 쓸 고민 중인데 약 때문에 업되서 그런가 절제하기가 힘들다. 어제는 오래간만에 콘솔게임을 했는데 집중해서 할 수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요즘 문제는 퇴근할 때 당이 떨어져서 식은땀이 날만큼 힘들다는 것. 약이 기분을 업시켜서 에너지를 많이 쓰게 하는 걸까.. 갑상선이 약하기 때문에 영향이 없는지 걱정이다.      


  어제 친구 만나고 피곤해서 얼른 잤다. 계속 당 떨어져서 음식만 보면 눈이 돌아가 포도당 사탕을 사려고 한다. 병원 살날이 얼마 안 남아서 다행이다 우울함이 간혹 튀어나온다. 살짝 걱정이다.     


 주말이다. 일찍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할 에너지가 있고 정신적 피곤함이 덜한 것 같다. 피곤해서 누워만 있던 것보다 훨씬 활기 넘치고 좋다. 술을 먹어서 그런지 일요일 밤에 우울감이 느껴졌다.     

 

  월요일. 약을 먹었으니 회사 가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낮에 계속 커피를 먹어서 그런지 당떨어지는게 매일매일 느껴진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커피를 안 먹을 수는 없다. 기분이 나아지는 느낌이 예전보다 덜하다. 어젯밤에는 술도 안 먹었는데 너무 외롭고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약 먹는다고 예전만큼 좋진 않다. 전보다 고민이 줄었고 우울한 횟수나 정도는 줄어들긴 했다. 근데 약을 끊으면 다시 돌아갈 것 같다. 진짜 휴직이라도 해야 할까. 오히려 회사에서는 멀쩡하고 집에서 힘든데.. 떠올리니 다시 마음이 힘들어진다. 그만 생각해야겠다. 요즘 아침에 잠이 오지 않고 피곤하지 않은 게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이는지 느낀다. 그래서 약을 계속 먹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그러면 뭐라고 할까. 술을 먹으면 더 슬퍼진다. 선생님 말처럼.     


  어제 병원 갔다 왔는데 밤에 우울했다. 의욕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지금 충동적이라 위험한 시기라서 자기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막 ~ 할 거야! 하는 충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충동이라 막기 더 어려운 것 같다. 진짜 내가 죽고 싶은 생각이 다시 든다면 정말 위험할 것 같다. 일단 오늘을 잘 지내고 잘 마무리하자.


  죽고 싶은 생각만 들고 약기운에 더 푹푹 가라앉는데 누가 좀 꺼내 줬으면 좋겠다. 결국엔 눈물을 좀 쏟아내고 나니 나아졌다. 꿈에서 자꾸 누가 죽이려고 해서 살려고 발버둥 쳤는데 실은 누구보다 살고 싶다는 뜻일까? 우울하니 글도 써지고 근데 슬픈 글이고 그렇다. 약을 먹어도 이렇게 우울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힘든 주말이었다. 얼른 회사 가서 좀 잊을 수 있으면 하고 바라었다. 회사가 도피처가 될 줄이야..     


  어제도 퇴근하고 피곤해서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밤 되면 요즘 다시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 계속 혼자 있으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건 행동으로 옮길 힘도 없다는 것.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 같네. 그럴 때마다 필요시 약을 바로바로 먹어야 하나 고민이다. 약기운이 아주 기분 나쁘던데.     


  금토일 일기를 안 쓰고 지냈다. 좀 괜찮아진 것도 있고 바빠서 그런 것도 있다. 우울감이 심하진 않으나 저번 병원 갈 때보다는 있다. 그래서 술도 몇 번 먹었고, 오히려 이번에는 술 먹고 기분이 나아져서 찾게 되었다. 다 잊어버리고 싶다. 이번 주는 또 어떨까. 드디어 병원 가는 주인데 약을 언제까지 먹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약이 필요한 상태인 건 알겠다. 약을 곧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다시금 우울해진다. 요즘 다시 돈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에는 후회 없이 돈 쓰자는 생각도 든다. 소비가 많이 늘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좀 준 것 같은데 이게 그냥 생각을 안 하게 된 거라 일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병원에 다녀왔는데 다시 우울감이 심해져서 걱정되는 부분을 얘기했다. 아침 약이 바뀌었다. 약 먹어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일시적이라는 생각에 불안감이 든다. 아침에 집중력 약을 넣어주었는데 나에 대한 힘을 느끼게 하려는 것 같다. 오늘 새로운 약이 들어갔으니 지켜보자. 잘해보자. 잘할 거야. 잘 안 해도 되지만 잘할 수밖에 없어. 힘내자.     


  어제부터 새로운 약이 들어갔지만 우울함이 계속된다. 오히려 변화가 없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약은 바뀌는데 나는 더 안 좋아지고 그 전처럼 우울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다시 나의 우울이 시작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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