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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Nov 17. 2020

5.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

  처음 공무원이 되고 아무것도 모를 때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이러고도 나라가 돌아간다고?’. 나는 지방직 공무원이었는데, 이건 우리 지역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지자체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혼자라는 것.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제야 신규발령 난 9급 나부랭이라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주 큰 나랏일인 것 같은데, 이걸 내가 한다고? 게다가 체계적인 지침이나 인수인계 없이 이런 식으로? 하는 생각에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신기한 눈으로 세상을 쳐다보고 지냈다. 뭐, 공무원만 그러할까 세상 어느 회사든 다 그렇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제야 놀라울 건 없지만 당시의 충격은 정말 저 말 외에는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공문보다 뉴스로 먼저 알게 되는 사람들이었다. 동에서 근무할 때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모든 일은 동에서 하게 되어있다는데, 동에는 지침도 없고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라를 비판하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런  기만하게 된다. 어느 날은 시스템에 지치고, 어느 날은 민원인에 지치고, 동료 직원들과 저녁에 술 한잔할 때면 ‘정부가 다른 건 지원 못 해줘도 우리한테 술값은 지원해줘야 한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악성 민원인(이라 하고 진상 민원인이라 부른다)을 만나고, 얘기를 듣고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동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는 어느 지방의 동사무소에서 민원인이 엽총을 쏴서 직원이 죽었다던가, 시에서 근무할 때는 코로나로 비상근무, 돼지열병 비상근무, 태풍과 폭설로 비상근무. 밖에서는 몰랐던 일들이 그득그득했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국민들이 공무원이 이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놀고먹는 직업으로만 보이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온 나라가 공무원 열풍이다. 나 역시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내 생각보다 공무원으로 일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으며 분명히 어느 정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변함없다. 그래서 나는 내가 후에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될 지라도 공무원을 욕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주변에서 공무원이 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사람이고, 그 자리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한낮 작은 인간일 뿐이지만. 지금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당신처럼, 공무원 역시 똑같이 고생하고 있는 노동자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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