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폭력 없는 출산이 방송에 소개된 적 있었다. 수중분만을 하기위해서 아기가 태어나는 환경을 양수와 같은 조건으로 만든 후에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방송을 보고 출산의 과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의례 병원에서 낳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편안한 분만의 과정과 엄마와 아빠가 아이를 함께 맞이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었다.
태어나서 곧바로 엄마의 가슴위에 얹어져 아이의 호흡과 엄마가 함께 하는 순간이 아이의 행복한 시작이 되어줄 것 같아서 나도 아기를 낳게 되면 병원에서 낳지 않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임신 3개월 만에 체중 9kg이 늘어나자 의사선생님은 “자연분만은 꿈도 꾸지마세요”라고 했었다. 요가를 다니고 조심을 하기는 했지만 소아비만이었던 나는 그나마 수영과 헬스를 하면서 체중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막달이 다가오자 25kg 넘게 체중이 늘게 되어 정말 그 의사 말처럼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될 것 같아 나는 자연분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국수먹는날 2013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집에서 낳는 가정분만법이 있었고 조산원에서 낳는 방법이 있었다. 결국 고민끝에 분만 후에도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산원으로 정하고 남편과 함께 호흡법을 배우면서 아이를 기다렸다. 드디어 진통이 시작되었고 조산원에 너무 빨리 오지 말라는 조산원 선생님의 말대로 집에서 참을 수 있는 만큼 참고 갔었다. 하지만 자궁이 1센티 열렸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실망하고 집으로 와서 다시 진통 주기에 따라 남편과 함께 배웠던 호흡법으로 자궁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진통으로 하루 밤을 꼬박 새고 더는 못 참겠어서 다시 조산원으로 갔으나 겨우 2센티 열렸다는 말에 눈물이 쏟아졌다. 집에 가지는 말고 근처 공원을 돌다 오라는 선생님 말씀대로 공원을 돌며 운동을 하다 조산원으로 다시 갔다. 그 곳에서 커다란 짐볼을 가지고 운동과 호흡법을 반복하며 자정을 훌쩍넘기고 새벽이 다되어서야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아기는 그대로 엄마 품에 올려 졌고 엄마의 심장소리에 맞춰 오르락 내리락 움직였다. 젖을 물리고 한 참의 시간이 흐른 뒤, 선생님은 아기를 씻은후 면천으로 감쌌다 아이를 씻기는 이 과정을 통해서 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세상의 온도와 감촉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아기는 울지도 않았고 가슴에 안겨 꼬물꼬물 움직이며 젖을 찾았다. 물론 젖이 돌지 않아 아기는 빈젖을 빨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단식을 하게 된다. 배고픈 아기에게 젖이돌 때까지 보리차를 먹인다. 탯줄로 공급되던 영양분을 받지 못한 아이는 보리차만 먹으면서 태변을 볼 때까지 공복상태를 이어간다. 신기하게도 아기가 태변을 볼 무렵이면 엄마의 젖이 돌아 아이는 시원하게 배출을 하고 젖을 먹게 되는 신비로운 몸의 반응이 놀라웠다.
젖을 마음껏 먹은 아기를 햇볕 잘 드는 창가에 뉘여 놓고 거즈로 눈을 가린 채 햇빛을 쏘여준다. 그리고 벌거벗은 아가위에 하얀 천을 덮었다 벗겼다 덮었다 하면서 햇빛과 바람을 쏘여주면서 바람목욕을 시켜준다. 조산원에서 아가에게 해주었던 이 방법은 훗날, 자연건강회에서 단식을 하면서 배운 풍욕과 아주 흡사했다. 피부호흡을 통해 피부와 폐에 산소를 공급해 몸안의 염증을 없애는 풍욕을 코로나 백신을 맞거나 확진을 받았을 때 해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에서 하면 효과가 더 크겠지만 아쉬운 대로 창문을 열어놓고 풍욕을 해도 효과가 좋다고 했었다. 피부호흡은 모공의 수축과 확대 를 꾀하는 것으로 운동하지 않아도 체온을 올린다는 원리이다. 체온이 변화할 때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풍욕을 하면 내장의 온도가 올라가고 체액이 변화된다고 한다. 체액을 변화시키면서 산성이었던 몸을 약 알칼리상태로 만들어 간다는 풍욕은 아이의 밤을 편안하게 해준 고마운 것이었다.
풍욕 하는 방법은 10초에서 시작해서 120초까지 벗 는 시간을 서서히 늘려주는 데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한기에 서서히 노출되게끔 시간을 늘려가며 환경에 적응시키고 있었다. 풍욕은 하루에 8번까지 하면 좋다고 해서 아이가 주로 잘 때 해주었다. 가려움이 심할 때 벗겨 놓으면 긁기 때문에 잘 때 해주는 것이 좋았었다. 옆에서 졸다가 덮어주고 정신 차리고 벗겨주는 이 지리한 반복의 시간이 쌓이고 열을 식혀주는 약초물에 몸을 씻기는 세월의 길이만큼 아이는 여물어가고 있었다.
몸에 있는 발진이나 아토피자국인 태선화 자국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전신을 뒤덮었던 발진과 진물은 서서히 붉은 기가 가라앉았고 진물이 구덕구덕 굳기 시작하면 피부안쪽에서 부터 새살이 밀고 올라와 각질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각질이 다 떨어져 나오면 새살이 보이며 편히 지내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환경이 안좋아지면 다시 진물이 새어나왔다. 그렇게 반복 또 반복을 거듭하면서 아이의 피부는 서서히 좋아졌고 얼굴로 부터 시작된 발진은 온몸으로 번지더니 얼굴이 가장 마지막으로 깨끗해졌다.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 풍욕과 함께 합창합척운동도 열심히 했었다. 합창합척운동은 생명운동의 하나로 태아에게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고 아기를 낳을 때 쉽게 낳게 해주는 운동이라고 위의 두 아이를 가졌을 때 임산부 요가시간에 배웠었다. 그때는 해야되는 이유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을 찾아가면서 넘어가고 건너뛰기 일쑤였는데 큰애 작은애 낳을때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왜 이운동을 해야하는 지 명확해지니 열심히 하게 되었다. 합창합척은 분만에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팔을 쭈욱폈다가 가슴으로 두손을 모아주는 합창 합척운동은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자극해서 독소를 배출하게 된다. 아이들의 사타구니를 문지르며 맛사지를 해주거나 겨드랑이를 탕탕 치는 것도 모두 이 림프샘을 자극하기위함이니 합창합척운동 하나로 모든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누워서 눈을 감고 합장을 하면 우주 안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시 팔과 다리를 뻗으면 우주바깥으로 뻣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합장과 합척을 반복한다. 100번이 넘어가면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처음부터 욕심내지않고 횟수를 늘려가면서 1000번을 하게 되면 땀이 후끈 난다. 꾀가 나면 쉬었다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이 운동을 하고 나면 머릿속에 비워진다. 명상의 최고 단계가 머리속이 완전히 비워지는 단계라고 하는데 이 운동의 좋은 점은 하고 있는 동안 아무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장합척을 열심히 해서인지 막내아이는 조산원 가는 도중에 머리가 나오는 초 비상사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막내 딸아이는 두 오빠의 환대 속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세명의 아이를 받아주신 선생님의 말씀은 이랬다
" 세쌍둥이가 시간차를 두고 나왔네"
둘째아이 학교에서 아기사진을 가져오라는 숙제가 있던날 인화해놓은 사진이 없어 큰아이사진을 보내도 될만큼 세아이는 정말 똑같이 생겼었다. 2년의 시간차를 두고 나온 쌍둥이처럼 말이다.
조산원 동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