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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y 19. 2021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수도

시골집으로 가기 전 나는 친정엄마 옷 가게 옆에서 조그만 화실을 하고  있었다. 독립하고 서울에서 몇 년간 화실을 하면서 불규칙한 생활과 매식으로 몸이 안 좋아져서 결국 엄마 옆으로 가서 엄마가 해준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혼하게 되었고 결혼하고 큰아이를 낳을 때까지 화실을 하고  있었다. 화실바로 옆건물에 있는  엄마가게에 아기를 맡기고 수업을 하다 쉬는 시간에는 젖을 먹이고 다시 수업을 하다가   아기가 눈에 아른거리면 내려가 한번 안아주고 올라 오는 번거로움 속에서도 모유수유를 고집했었다. 그때는 아토피아기들 에게는 분유를 먹일 수 없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아기에게 자연분만, 모 유수유 그리고 24개월 후에 동생 이세가지는 꼭 해준다고 했으니 나도  참 어지간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참으로 지!랄!스러웠다고 차마 쓰지 못 하겠는데 그 말만큼 딱 그 순간을 표현할 만한  단어도  없는 것 같다.   자연분만과  모유수유,  동생과의 터울은 적어도 24개월 터울은 지켜주는 것이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면 딱 24개월 만에  태어난 둘째 아이는 계획임신이었냐고?


기가막힌 타이밍에 태어난 둘째 아이의 임신은 계획임신이 아니었다.  나는 아주 계획적인데 계획적이 지 못하고 꽤나 이성적인데 몹시 이성적이 못하다.


엄마가 몸안에 가지고있는 환경호르몬의  30프로가 아이에게 간다는 이야기를들으며  나의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자문할때도 많았다.  

어느 날, 오아시스 2014


 옳다고 생각하는것은  지켜야한다는  굳은 믿음이  과연 옳았던것일까  자기반성도 육아를  하면서   한고개를 넘고  또 한고개를  넘으며  깊어진다.     아이를 키우면서  더많은 것을 배우게 되니  아이가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은  정말 부담스러우며  맞는 말이다


이런  성향은   아이들에게 열이날때도   드러났다   몸에 해롭다는  해열제를  먹이지않으려고    해열에 좋다는  관장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진흙으로 구워내는 도자기 같아서 열을 가하면  가할수록 단단해진다고 한다.  사람 역시 몸이 스스로 치유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주면 면역력이 더 높아져서  견딜 수있는 힘을 만들어낸다고 하니   몸에대해  알아가는것이  중요하다.    모르고  건강법을  따르는것은  맹신이 되지만  내몸을 알고   지키는것은  "자기주도" 라는 이름을 앞에 붙일수있게  된다    특히 염증성 질환은 몸안의 염증을 태우는 과정에서 열을 발생하기 때문에 열이 나는 것인데  이때 해열제로 열을 내리면 아이는 치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한번 구운 도기보다 여러 번 구운 자기의 강도가 센 것처럼  스스로 열을 내면서  몸안의 염증을 이겨낸 아이들의 몸은  더 단단해진다는 것이니    아프다고 바로 병원에가는 것 보다는 게으른 엄마가  오히려  더   나을 수도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몸에 열이 나면 두통이 오고 몸은 지치게 마련인데  약한 아이들은 더  힘들어하고  부모는 그런 아이가 안스럽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은 아토피질환외에는  열이 자주 오르거나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다.  일년에 한두번 심하게 아프던 몇해를 거치니  무난하게  잘 크고 있었다 . 열이 38도 오를 때 까지는 지켜보며 미지근한 물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어 열을 내리게 하다가 38도를 넘어서면 관장 을 시켰다.  지리산에서 아이들과 단식하면서 관장의  알 게 되었는데 아프다고 울고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관장을 시키면 바로 똥을 싸고 신기하게 열이 내렸다.   늘 2도씩 일정하게 내리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면서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열이 내리는 것이었다.  물론 아이들을 관장시키는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한 가시밭 길 같은 것이지만 ‘열이 오르니  약없이 잘 이겨내면 아이는 점점더 단단해질거야 ’ 라면서    이성적이며 무모했고 나를 피곤하게 몰아쳤던 것 같다.


마치 내 몸을 혹사하는 것이  죄스러운 마음에 면죄부라도 주는 것마냥 



그날은 꽃보다 2013

 그렇게  우리 아이에게 관장을 하게 된  몇 번의 경험이 있는데  그리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한다. 관장에 관련된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많은데 아이들 이야기만 적어본다면. 둘째 아이가 2살 정도 됐을 때 기관지염으로 입원을 했었다. 기관지 확 장제주사를 맞히는 것도 속상한데 해열제를 수시로 맞혀야 해서 가난 하고 무대포인 엄마는 하루에 15만원하는 1인실 병실로 입원시켜 가루 약으로 바꿔달라고 하고 간호사 몰래 관장을 시켰다.    그리고, 막내아이 6살 때 열이 나서 관장을 시키던 순간 관장기 끝에 달려있는 플라스틱 주입구가 관장기에서 분리되어 나 와 아이 항문을 타고 몸 안에 들어가는 대형사고가 있었다. 아이보다 내 가 더 놀라 울면서 119에 신고하던 중에 화장실에서 아이들의 박수소리 가 터져 나왔다. 배가 살살 아프던 막내아이의 똥과 함께 관장기 주입구 가 나왔던 것이다. 노랗게 변한 하늘 저 멀리서 할렐루야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이를 안고 고맙다고 하며 “이제는 해열제를 먹자”고 했다. 다 행히 그이후로 해열제 먹이는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참으로 별나게 유난  떨던 나는 친정엄마의 말씀처럼 ‘ 이제 그냥 편하게 키우기’로 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라는 영화제목이   명문장으로 느껴지는것도  제발  돌격하지말고 주변을 보라는  나에게 가르쳐준  수많은  고갯길 덕분이리라


 

엄마처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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