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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27. 2021

매일 주문을 걸어봐

  

아브라카타브라(말하는 대로 이루어져라 얍)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기다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는 시간이었고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그랬어야 했어,”  “아! 그게,  신의한수구나”  라며  판단할수있지만  그 상황에 직면 했을 때에는  난감했던 적이 어디 한두번인가. 게다가 아이와 연결된 것은  더 예민한  레이더가 작동하기에  부담감과 함께 결과가 미치는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수십 번의 쨉을 맞아도 대차게 한 번 맞는 어퍼컷으로 엎어지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삶은 수많은 쨉과 어퍼컷으로 나를 단련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웬만한 어퍼컷에는 휘청거리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가는 기술이 생긴 것인지, 수없이 맞아 맷집이 강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픈 아이들을 키우면서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은 한 참 뒤의 일이다. “그래, 너는 날마나 일어설 거야.  새로운 길을 내고 있고 내일 또 넘어설거야, 아브라카타브라,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라, 야야얍!” 그러다 주문의 약발이 떨어지는 날에는 판타지속에 나를 맡겨 버린다. “체리체리, 마법의 열쇠를 나에게 줘”라고 하면 신기하게도 마법의 열쇠로 문을 열릴 때가 있다. 당장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나를 상상의 세계에 맡기면 죽을 것 같은 순간도 빗겨 갈 때 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한 순간이고 아무것도 아니다. 아브라카다브라!” 

 

그렇게 하나의 문이 열리면 또 다른 경기가 시작되고 링위에서 내려오면 또 다른 문이 열려 있다. 그것은 비단 육아만의 일은 아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링위의 경기는 계속된다. 그리고, 링위에서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도 경험이 손을 내밀어주고 시간이 엉덩이를 툭툭 털어준다. 재빨리 일어나지 못해도 괜찮다. 내밀어 주는 손이 없어도 일어나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젠가는 일어나 다시 문을 열 것이다.  


이렇게 정리될 때까지  많은 경험치와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어떤 무엇보다  나에게는 글과 그림이 있었다. 그림 그릴 시간이 없을 때는 메모를 했다.  차분하게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것은 호사였고  노트에  짧은 메모나 스켓치를 해두는 것으로 기억을 잡아두었다   어느 날, 사슴 한 마리가 눈앞에서 빠르게 왔다가 사라졌다.  마당에서 빨래를 널고 있는데 순식간에 사슴 한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사라져버린 것이다. 쫒아가 보았지만 바람만 고요했다. 집 바로 옆에서 키우는 다섯 마리 사슴 중 한 마리가 도망친 것줄 알았는데  결국 아무일도 없었고 사라진 사슴은  길잃은 고라니였다. 내가 놀란 만큼 그 녀석도 깜짝 놀라 줄 달음박질 쳤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의 황당함이란. 결국 메모만 해놓고 그림으로 옮겨지지않았던 묵은 기억이 이렇게 글을 쓰면서 15년 전을 떠올리고 있다. 햇살 따뜻한 마당에 매일 이불을 널었다가 빨래 방망이로  탕탕 두들가던  모습까지  도미노처럼 연결되었다.


  그래, 나에겐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잠재된 기억이 있었어라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게 억울해 했던 육아기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생각도 아이들이 빨리 건강해져야 한다는 욕망에서 살짝 빗겨 나고 난 후의 이야기이다. 다행히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 덕분으로 그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할 이야기가 많았던 나는 ”박은경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전시도 했다.  육아일기에서 시작해서 부부이야기까지 글과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게다가  parkeunkyoungstory라는 친환경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행운도 주어졌었다. 그렇게 좀 살 만하다 싶었다. 욕심을 내면 그만큼 몸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큰 욕심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보이스피싱사기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고 많은 돈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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