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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27. 2021

매일 주문을 걸어봐

그렇게 좀 살 만하다 싶었다. 욕심을 내면 그만큼 몸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 큰 욕심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보이스피싱사기라는 커다란 사건이 있었고 많은 돈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시흥시에서 접수된 사건 중 최고 피해 금액이라고 들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돈의 무게보다 사람에 대한 상실감이 더 컸다. 어떻게 사람들을 다시 만나 ’관계‘라는 것을 맺을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을 만나기 겁이 나서 집에만 있던 그때,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되었다. 사건이 있기 전에  신청해 두었던 강의였는데 온라인 강의여서 힘들어도 듣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고통을 마주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십 오년만에 할 수 있었던 것도 고통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 겨우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에서도  아퍼서 쓰다가 멈추고 쓰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는데  태풍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글을 쓰라구? 그게 과연 가당키나 할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시간‘이었다.  순간 순간 시간을 견뎌내야 했기에 낮에는 양말노점을 나갔고 밤에는 글을 썼다. 누워서 잠이 바로 들 수 있게 몸을 혹사해야 했던 시간들이었다. 기존에 하고 있었던 단식지도는 두 달 정도 중단했었다.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구를 코칭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이 편했고 두 달 정도 양말노점을 나가면서 단골도 생겨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르신들은 젊은데 열심히 산다고 이뻐라 해주셨다. 초짜 티가 나서 손님들이 이리저리 코치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잘 지내다가도 이렇게 오천원을 벌기가 어려운데 내가 버린 돈의 액수가 문득문득 떠오르면 눈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앞이 뿌옇게 희미해졌다. 양말이 좋다며 다시 사러 오신 아저씨는 사업하다 망해 골프가방 하나만 들고 한국으로 들어왔다면서 마켓에서 배달하고 있는 지금이 마음은 편하다한다. 그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하니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이 없다면서  이런 것 안하게 생겼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짦은기간이었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고 생각나는 것을 바로바로 메모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녹음을 했다. 그리고 밤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 쓴 글을 보면 분노감 가득했던 글들이 한편, 한편 씌여지면서 차분하게 안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벌어졌을까 기억을 타고 태풍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태풍의 중심은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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