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채는 것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로버트 새폴스키는 심리학자로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뇌의 해마 손상이 일어나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글을 쓸 때 거침없는 표현을 쓸 뿐만 아니라 매우 유머러스한 표현도 자주 씁니다.
워낙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자라서 관찰하는 일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탁월한 학자입니다.
그의 명저 "스트레스 :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사소한 일들에 대한 기록이 매우 많습니다.
그중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심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탐색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상(事象)들의 원인을 밝혀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추리가 필요합니다.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모든 일이 뇌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살아 있는 생명체의 뇌의 부분 부분의 기능과 작용을 규명해 내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추론에 따른 실험모델을 일일이 적용해서 나타나는 것들을 다시 추론해야 하는 복잡하고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연구이기 때문에,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한다는 것은 태평양의 심해에서 무엇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추론은 아주 평범한, 일상적인 일에서 착안을 하여, 갖은 상상력을 동원합니다.
그리고 기대되는 결과를 얻는 기쁨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황한 서두로 시작하는 것은 다음의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이 되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심장질환과 성격
매우 경쟁적이고 성취에 집착하며, 시간에 압박을 느끼고, 인내심이 부족하고, 공격적인 사람들은 심장 혈관 질환이 위험성이 높습니다.
관심이 가는 내용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실은 1960년대 초에 심장병 전문가인 메이어 프리드먼과 레이 로젠만이 발견한 것인데, 흡연이나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만큼이나 심장 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입니다. 이 발견은 당시로서는 매우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이것은 지금에도 매우 중요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적 유형을 A형이라고 두 사람은 이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이 두 사람의 주장에 입각한 연구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진행이 되었는데, 연구들의 결과는 프리드먼과 로젠만의 연구와는 다른 결과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프리드먼과 로젠먼의 주장이 힘을 잃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A형의 성격이 심장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요소로서 매우 유의(有意)하다는 사실은 꾸준히 임상에서 입증이 되어 왔습니다.
사소한 일상에서의 힌트
오늘 내가 말씀드리고 있는 새폴스키 교수는 메이어 프리드먼 박사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프리드먼 박사는 그와의 대화 중에, 1950년대 중반, 그러니까 그가 A형 인간이 심장 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그 무렵, 대기실의 의자를 수선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가구업자가
"다른 진료과의 의자에서는 이런 일이 없는 데, 당신 환자들은 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이지요? 보통 사람들은 의자를 이런 식으로 헐게 만들지는 않거든요"
라고 말했다고 하면서, 의자의 팔걸이가 심하게 해진 사진을 보여 주었다는 것입니다.
당시에는 의자의 수리보다는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어서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나고 나서, A형 성격의 사람들은 대기실 의자의 팔걸이가 해질 정도로 조바심을 내며 팔걸이를 움켜쥐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1950년 중반에 그 사실을 A형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었다는데 착안했더라면, 그의 발견은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프리드먼 박사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기억이 되고 말았지만, 우리들에게는 새로운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흘려듣는 이야기 가운데 깨달을 것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