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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을 좋아하는 사람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습관

by 오성진

편하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죠. 편한 것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TV를 보면서 반듯하게 앉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소파에 푹 빠져서 비스듬한 자세로 보거나, 아니면 아예 누워서 감상하고 있지 않을는지요?


하긴 요새 TV보다는 노트북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굳이 채널 선택하느라고 실랑이 벌일 필요가 없으니까 노트북으로 넷플릭스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


혹시 30년 전의 TV는 어떤 방식이었는지 아시는 분 계실까요? 옛날 드라마나 영화를 보셨으면 그 시절의 TV를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채널을 돌리려고 TV앞까지 가서 숫자가 적힌 다이얼을 돌렸지요.


우리는 지금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리모컨 누르는 것도 귀찮으니까 요새는 아예 리모컨에다 대고 말을 하지요. 그러면 AI가 원하는 채널을 선택해서 보여 줍니다.

몸은 점점 소파 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TV는 켜져 있는데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잠에 빠진 사람은 있지만.


종합병원 근무시절의 경험


교정치과 과장으로 근무를 시작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내 주위에는 교정치료를 배우려는 수련의들이 있었습니다. 진료와 교육으로 바쁜 생활이었지만, 내 일은 스스로 해 나가던 시절이었지요. 수련의들에게 나의 개인 일을 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늘 스스로 자기의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조금씩 개인적인 일들을 수련의들이 해 주었습니다. 책 복사라든가 자료 만들기 등등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업무, 예를 들면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발급받는다든지, 내가 연락해야 할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일들을 그들이 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렇게 3년간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개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개업을 하고 나니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3년 가깝게 손을 떼고 있던 사무처리를 스스로 해야 하니 많이 불편했지요. 일을 수련의들에게 맡겼던 것이 많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수련을 받고 싶다는 치과의사들이 들어오게 됨으로써 그들이 내 일을 많이 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진료가 바쁘다 보니 교육적인 목적으로 수련을 시키기 위해서 진료를 위임하던 수준을 넘어서 내가 해야만 할 진료까지 맡기는 환경으로 변해 갔습니다.


2년 후, 수련의들도 자기의 병원을 개원하게 되었고,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떠난 후에는 개인적인 일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진료의 세세한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해야만 했던 것이죠.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일들처럼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 수련의가 새롭게 들어왔지요. 크게 두 번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은 절대로 맡기지 않고 스스로 하기로 마음을 먹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진료도 거의 혼자서 해 나갔습니다. 수련의는 거의 견학만 시켰지요. 어차피 개업을 할 사람들이라서 그들이 나가고 나서 다시 힘들어지는 것이 싫었으니까요.


편리함이라는 유혹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을 하시죠?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입니다. 보고 있는 것은 있는 것의 일부일 뿐입니다.

사람이 자기가 아는 것만큼만 보는 뇌과학적 이유는 뇌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쓴 글에 위의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만큼만 보입니다. 그 갓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학습된 것에 따라서 뇌는 우리에게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낯선 곳에 갔을 때 무엇이 보이던가요? 보인 것은 사람, 집, 길 등등, 평소에 익숙했던 것들 뿐이 아니었던가요? 새로운 것을 보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기억나실 겁니다. 눈에 안 들어왔던 것이죠.

뇌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뇌는 익숙한 일을 좋아합니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사분의 일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뇌입니다.


아침 점심 저녁에 먹은 음식의 사분의 일은 뇌를 위해서 먹고 있다고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입니다. 그러니 한 끼를 굶는다는 것이 뇌에게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배고파서 일을 못하겠다고 뇌는 아우성을 칩니다.


뇌는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사건건을 정교하게 처리해서 에너지를 소모시키지는 않습니다. 익숙한 것을 기본의 틀로 해서 처리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배운 환경, 자라난 환경에 따라서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이죠.

옳고 그름의 판단도 성장해 온 환경으로 결정이 되는 것입니다.


소파에 기댄 당신, 정말 감사해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앉아서 TV 리모컨에 손이 먼저 가는 사람은, 뇌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감사한 모습입니다.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기대어 리모컨을 누르는 행동을 위해서는 에너지 소모가 적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남은 과제를 하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으면, 뇌는 고통을 호소합니다.


"오늘은 그만 쉬어. 하루 종일 일해놓고서 또 뭘 하려고 그래!" 하면서 힘든 일은 하지 말라고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흡연을 하는 사람은 또 어떻습니까?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자리에 가면, 뇌가 계속 졸라댑니다.

"뭘 생각해? 피우고 싶은 데 억지로 참으니까 힘들면서 그래?"

우리 몸의 에너지를 잔뜩 사용하는 뇌라서 그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마음에 병이 생깁니다.


흡연에 습관이 들면 끊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나도 수십 년을 하루에 3갑 이상을 태우며 살았습니다. 다행하게도 20년 전부터는 완전히 담배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끊을 수 있었는지 신기합니다만,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요?


담배를 끊기가 어려운 이유는 흡연을 해 오던 사람의 뇌의 입장으로서는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 즉, 금연이라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 뇌는 긴 세월울 단련해야만 하는데 끔찍한 일이죠.

그래서 금연을 결심하고 나면 뇌에서 자주 속삭입니다.

"뭐 하러 끊어? 그렇게 급하게 끊다가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져. 담배 양만 줄여"


뇌의 주인이 되는 길


우리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함으로써 뇌의 종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내 속에 있으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것에 구속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죠.


나를 편하게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뇌를 훈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뇌는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뇌가 하고자 하는 일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고 삶을 잘 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우리의 뇌에는 여러 가지의 구조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편도체, 뇌하수체, 전전두 피질.......


편도체(amygdala)는 위험을 감지하고
뇌하수체(pituitary gland)는 위험에 대비한 명령을 내리죠.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은 상황을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는 뇌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올바르게 정리하는 능력을 놓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기능들을 회복하는 것이 뇌의 주인으로 회복되는 방법입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훈련


뇌는 입력된 정보를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하고, 뇌의 여러 영역에서 종합되고 연결됩니다. 새로운 자극이 반복적으로 들어오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신경 세포 간의 연결구조가 생물학적으로 변합니다. 이것이 학습의 기본이고 훈련에 의해서 신경망 조직이 변화하는 원리입니다.


들어오는 신호를 매번 처리하게 되면 뇌의 부하가 계속 커져서 과열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뇌는 경험되어 연결구조가 이루어진 것을 활용하여 필요에 따라 정보로서 우리들에게 제공해 줍니다.


계속 부지런하게 학습을 하면, 뇌는 이들의 정보를 패턴으로 기억을 해서 필요할 때 빠르게 제공을 해 주기 때문에, 습관화된 일을 할 때는 힘들이지 않고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죠.

밥 먹는 것 같은 익숙한 행동은 힘이 들지 않지만, 첫 출근해서 보내는 하루가 고통스럽습니다.


뇌에 입력되는 정보가 계속 반복되면, 뇌는 거기에 따라서 처리하는 패턴을 만들어 갑니다. 생물학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아침에 눈이 떠지는 시간을 보면 거의 일관됩니다.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배고파집니다.

이 모든 것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생활에서 뇌에 패턴으로 기록이 되기 때문이죠.


저의 경우에 치료를 할 때 시간을 재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치아에 장치를 붙이기 위해서 치면을 에칭(거칠게) 하는데 필요한 시간,

접착제가 굳는데 필요한 시간 등등, 시간을 재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타이머를 놓고 진료하지는 않습니다.

시계를 보지 않더라도 나의 뇌 속에서는 카운터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죠.

나의 생활이 늘 그런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저절로 익혀진 것이죠.


익숙해진다는 것의 의미


익숙해지면 두 가지의 일이 일어납니다.

첫 번째로는 일하는 것이 쉬워진다는 것이죠. 어려운 일을 없애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로는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힘들었던 일이 해결이 되고 나면 기뻐집니다. 그리고 서서히 편한 것에 마음은 익숙해집니다.

소파에 푹 빠지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죠.

익숙해지기까지 자신을 단련했던 기억이 사라져 갑니다.

그러면 점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조금은 비약된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람이 어려울 땐 힘을 다해서 극복을 해 나가지만,

일단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서서히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그러면 다시 어려운 일을 마주하게 되기 쉬운 것이죠.


삶은 끊임없는 단련으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만

자신에게 허락이 되어 있는 많은 누릴 것을 즐길 수 있는 선물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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