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트레스 넘어서기

by 오성진

우리의 삶에서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다가옵니다.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 삶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의 공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올해 수능시험이 2주일 전에 있었습니다. 고교 3년간, 이 시간을 위해서 힘을 다 해서 공부를 해 온 고3 학생들, 그리고 재수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격려를 보냅니다. 원하는 결과들을 얻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 주위 분들께서 한결같이 이야기하시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험 전날은 그냥 쉬어라"

확인해야 할 것이 산더미 같던 나에게는 그 말씀이 가슴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의 말씀이니 따르는 것이 나에게 좋을 것이라서, 시험 전날은 차분히 지냈습니다. 문제집을 풀지도 않았고, 노트도 펼치지 않았습니다. 그냥 쉬었죠.


시험을 앞두고 모르는 것이 떠오르면 뇌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뇌하수체에서 에피네프린을 분비하라는 명령을 콩팥에 보내죠.

(이 부분에서 골치 아픈 용어가 나오니까 다른 글로 넘어가고 싶으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만, 조금 더 읽어 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 혈압이 올라갑니다. 혈압이 올라가면 벌써 마음이 동요가 됩니다. 편안한 마음이 되는 것은 물 건너가 버리는 것이죠.

한 문제를 놓치지 않으려다 모든 문제를 놓쳐 버리는 실수를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나도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늘 긴장하는 삶을 오래 살아왔습니다. 긴장이 가실 날이 없었죠. 지금 이만큼 건강한 것이 신기하고 감사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이렇게 편안해질 수 있었던 것은 스트레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부르는 삶의 모습


내일이 시험인데 그동안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에라 될 대로 돼라." 이렇게 생각을 하지요. 그럼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어떻게 되지요?

망하는 것이죠.

될 대로 되라는 것은 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폭망 하는 확실한 길이죠..


시험 날에도 그렇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서도 스트레스를 계속 받습니다. 될 대로 되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계속 발생시키는 것이죠. 그리고 더 무서운 스트레스를 줄 사람들이 하나 둘 다가올 겁니다.


사람이 항상 올바르게 살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스리려고 해도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생각이 자주 솟아나게 되고, 거기에 마음을 맡겨 버리기 쉬운 것이 사람이니까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 딸이 때때로 고민을 토로하면서 나에게 묻던 말입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냥 시작해.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그냥 시작하는 거야."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시간도 흘러갑니다.

그러나 작은 것 하나라도 꾸준히 해 나가면 무엇인가가 얻어집니다.


스트레스를 가볍게 넘기기 위한 삶을 살기 위한 이야기


스트레스라는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생활을 해 왔었는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하루의 일과가 중압감으로 즐거움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루가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지요.

그래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죠.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한 공부를 말이죠.


스트레스의 본질


스트레스라는 것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경보입니다.

사람을 괴롭히고자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날카로운 것에 손이나 발을 베면 통증을 느낍니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니죠.

그런데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상처가 나도 그대로 두게 됩니다. 아무런 고통이 없는데 귀찮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요? 곪아갈 겁니다.

나병이 어떤 병인지 아시죠?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상처를 입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통증이 있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인 것이죠.


스트레스는 위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것이죠.

이렇게 중요한 것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면 안 되겠지요?


스트레스 반응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혈류 속으로 쏟아 내는 것인데,

이것은 맞서서 싸우거나 그 자리를 신속하게 피하기 위한 것이죠.


여기에서 잠깐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험 신호가 왔는데 머리 싸매고 누워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망해버리는 거지요.

우리 몸은 싸울 것이냐 피할 것이냐를 위한 준비를 해 주고 있는데,

"아, 힘들어. 모든 게 다 싫어"하고 누워 버리면 어떡합니까? 안 되겠지요?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이렇게 글을 술술 쓰고 있지만, 당시에는 머리를 싸매고 누워 있을 정도였지요. 그런 상태에서 무슨 생각이 나겠습니까?

그러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책임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에 대한 책임감, 가족에 대한 책임감, 나를 믿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감.


누워서 끙끙거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극복하는 방법을 계속 공부를 해 왔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스트레스의 의미였습니다. 스트레스의 본질을 알게 된 것이죠.


자신의 삶이 참 귀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삶을 의미 있게 가꾸어 가지 않으면 그런 마음이 생기기 어렵습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삶의 의미에 관해서 귀한 말을 해 준 분이 있습니다.

빅터 프랭클이라는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Man's search for meaning)'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지 마십시오, 오히려 삶이 당신에게 묻고 있는 그 의미를 채우기 위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사십시오"


이야기가 좀 어렵죠?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볼까요?

의미를 찾는다고 눈 감고 깊이 생각을 해도 떠오를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온갖 잡념으로 가득해져 버리죠.

그런데 프랭클의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라는 말이죠. 억지로 하지 말고 자기가 스스로 세운 계획이라고 생각하고 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니, 책임감을 가지고 하라는 것이죠.


스트레스를 이겨 온 세 가지의 습관


내가 긴 세월 동안 멈추지 않고 해 오는 것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일기 쓰기입니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정신이 몽롱합니다. 더욱이 스트레스 속에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요. 하지만 정신이 맑아질 때까지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일기를 씁니다. 그렇게 써 나가다 보면, 가빴던 숨도 차분해지고 잔뜩 긴장되어 있던 얼굴이 서서히 편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그렇게 써 나온 일기노트가 수십 권이 쌓였습니다.


일기에 멋진 글을 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고, 단지 정신을 가다듬기 위한 것이라서, 그냥 쓰는 겁니다. 초등학생이 쓴 일기처럼,

아침에 일어났다. 세수를 했다. 그리고 밥을 먹었다. 참 좋은 날이었다."

이렇게 쓰면 됩니다.


위의 글을 보면 일기 쓰기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보입니다.

좋은 날이었다는 것을 쓰고 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일기는 부정적인 내용은 쓰지 않습니다.

나중에 위인전을 출간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쓰는 것입니다. 정신이 맑아질 때까지.

그리고 지켜야 할 원칙은 반드시 긍정적인 내용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불안, 슬픔, 고통, 외로움 등등의 마음은 일기에 쓰지 않습니다.

어제보다 성장한 자신, 발전한 자신, 발견된 자신의 강점 등등을 써 나가는 것이죠


일기장.png 지난 10년간의 일기장

두 번째는 아침 체조입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체조를 해 오고 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몸은 더욱 탄탄해져 갑니다. 피로를 느끼지 않고 하루의 일과를 해 내고 있지요.

처음에는 십 여분을 했지만, 지금은 한 시간 반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경쾌합니다.


세 번째는, 긍정선언입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말을 내뱉을 때가 많습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새 재미있어?"라고 친구가 물으면

"재미 하나도 없어"라고 습관적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순간 정말로 자기 생활이 재미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이 자기의 힘을 빼는 것이죠.

"그럼 요새 아주 재미있지!"라고 이야기해 보세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https://brunch.co.kr/@lasskor/99


이처럼, 긍정적인 말을 하면 힘이 나지만, 부정적인 말을 하는 순간 힘이 빠집니다.


일기 쓰기에도 긍정적인 것만을 쓰고 있지만, 평소의 생활에서도 늘 긍정적인 말만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경쾌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사는 삶이 매우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매일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삶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매일을 맞이하면, 스트레스는 도전할 대상이 되지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불파만지파참.

어떤 것을 하든지 마음에 새겨야 할 말입니다.

천천히 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멈추는 것은 두려워해야 합니다.

keyword
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