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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진 Jun 03. 2024

내 마음이 달려가는 곳

오래 전에 스탭 하나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장님은 너무 완벽을 추구하세요."

의욕적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탭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고 섬세하게 평가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수련 받았던 곳에서는

나 정도로 해서는 그들을 넘어설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늘 많은 일들을 생각하고 실행하면서

스탭들에게 많은 일들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추억입니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


만약 완벽하다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존재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늘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추구를 해 나가는 것이죠.

그 마음 속에는 '나는 부족한 것이 많아. 아직도 너무 어설퍼" 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추구해도 해도 늘 부족한 것이 많이 느껴지다 보니

마음은 더욱 공허해져 갑니다.

그러는 가운데, 삶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가기 쉬워집니다.

제일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해야 할 일들"만에 빠져 버리는 것입니다.


오래 전에 "껄껄껄"이라는 제목의 컬럼을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시기에 와 계신 분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그분들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한 말들을 정리해보면

"껄껄껄"로 요약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껄. 저렇게 할 껄......"

돌아보니 아쉬운 것들이 한 없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은 제일 중요한 것을 뒤로 미루는 습관


나에게 아직 삶이 허락되고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일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새벽 말씀 속에서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그렇게도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었습니다."

라는 말씀이 었습니다.

내일을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내일이 세상의 종말이라도 나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누군가 한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이 끝나는 것이 초점을 맞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삶이 있다는 것이 마음이 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내일을 바라던 사람이 어제로 삶을 마감해야 했지만

나에게는 그들에게 내일이었던 '소중한'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자주 잊어버릴 정도로

아무리 좋은 말씀이라도 기억에서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 본성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 수시로 쓰는 것입니다.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설혹 누가 보더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발전을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변하고 있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닙니다.


내 일기를 보면 거의 매일 같은 내용입니다.

거의 같은 형식으로 수년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감사로 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제보다 발전된 내 모습을 그대로 씁니다.

발전이 아주 미미하지만

내가 그것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어제보다 발전되었다고 스스로에게 확인 시킵나다.


미루지 않고 써 나갑니다.

그러면 일기 공책은 어느새 가득하고

새 공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독서는 내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 줍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정체가 아니라 퇴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부패한다는 사실은 경험으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원래 독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마음의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공과 관련된 서적으로는 그 갈증이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갈증만 커져갔습니다.

이 부분을 읽으시는 분들가운데 웃음이 나오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공감을 느끼시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개업하던 초기에 선배님께서 책을 보내 주셨습니다.

"포도주 없는 천국을 누가 원하랴"

이런 제목이었습니다.

읽어 보았지만 마음에 차 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성일이라는 분이 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수십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지만

아직도 많은 귀절들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 내용 자체 보다는

마음가짐에 대한 깨달음이 다가 왔습니다.


그분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고통스러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성경을 붙잡고 하나님과 씨름을 합니다.

성경 귀절을 하나 하나 묻기 시작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무슨 뜻입니까?"


내용보다고 그 자세가 내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런 자세로 묻기 시작했습니다.

묻는다고 답이 나왔다면 아마도 더 이상 추구할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물어도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 일이 계속 이어져왔습니다.

그래도 물었습니다.

지금도 묻고 있습니다.


어쩌면 삶은 끊임없는 궁금증을 풀어 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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