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성진 Jul 27. 2024

What a Wonderful World!

매일 새로운 생명이 잉태된다, 그리고 태어난다.

태어난 생명은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고 또 꿈을 키워간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곡이 있다.

루이 암스트롱이 부르는 곡인데, 노래를 할 기회가 주어질 때는 가수가 된 마음으로 부르는 곡이다. 


What a Wonderful World


은은한 서주가 흐르고 이어서 루이 암스트롱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I see trees of green, red roses, too.

I see them bloom for me and you.

And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

루이 암스트롱이 아무리 유명했다고 하더라도

흑백차별이 심했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서

그의 삶이 결코 편안하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에서 고단했던 삶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이 노래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은은한 멜로디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읊는 가사의 내용을 음미해 보면

인생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오던 자연을 보면서 깊은 기쁨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그려지는 가사들.

고단했던 삶을 살았으면서도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노래한 그의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노래의 가사들 가운데에서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되는 곳이 있다.

I hear babies cry. I watch them grow.

They'll learn much more than I'll ever know.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Yes, I think to myself, what a wonderful world!.... Oh yes!


여기에 이르면, 가슴이 무언가로 꽉 차오른다.


삶이란 참 귀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매일매일을 그냥 그렇게 살아가기에는 아깝고 또 아까운 것이 삶이다.

그럼에도 때때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내버리는 날들이 있다.

때로는 너무 버거운 짐 때문에 고통스러워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까지 들 때도 있다.



많은 책에서 삶의 일회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회성의 절심함을 나는 얼마나 간절하게 생각하고 살고 있을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의 기록이 되어 있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성경책이다.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고, 그들 삶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읽을수록 놀라는 것이 있다.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이나 지금 사람들의 생각이나 근본적인 차이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변함에 따라 삶의 모양은 변해왔지만,  자기중심적인 마음, 탐욕스러운 마음, 인내심, 끊임없는 다툼 등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나 별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수천 년의 역사에서 그렇게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극히 최근에 인간의 의식 수준이 조금 높아졌다는 연구가 있다.


의식의 지도를 완성한 데이비드 호킨스는,   인간의 의식 수준이  처음으로 긍정적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말하면서, 인류에게는 아직도 희망 있다고 말한다.


이런 글을 읽으면 마치 나 자신이 발전된 것으로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별로 변하지 않은 나의 모습을 다시 확인하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세상에서 저절로 되는 것이 없지 않은가. 책 한번 읽었다고 무엇이 변하겠는가.


매일매일 반복이 되는 삶.

직장생활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퇴직을 했다는 글들을 때때로 읽는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만두었을까. 

직장생활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주어진 일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당장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막연함에도 그만 둘 정도였다면 많은 고민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이었을 것이다.


매일 반복이 된다는 것은, 매일 무엇인가가 자신의 마음과 몸에 익혀지고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직장에 첫 출근을 하면서

집에서 나와서 자기의 직장까지 가는데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출퇴근 길을 익히느라고 주위에 시선을 두지 못하기 쉽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하나둘씩 주위의 것들이 눈에 익어 가기 시작한다.  

경험이 쌓이면서, 가성비가 좋은 가게가 어디인지, 분위기 좋은 곳은 어디인지, 걷기 좋은 길은 어디인지 등등, 활용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알게 모르게 마음과 몸에 새겨진다.

출퇴근길에서 보고 느낀 것만으로도 에세이집 몇 권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것들이 그렇게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들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 둘 익숙해지면서 자기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쌓여 간다.

집을 나서서 처음 눈에 띄는 그 무엇인가가 자기의 삶에 들어오고,

만나는 사람들, 걷는 거리, 타는 버스, 전철 등등이  자기 삶의 일부가 되어 간다.

늘 타는 버스 번호가 나와 가까운 것이 되어, 우연히 먼 곳에서 그 번호의 버스를 보면 친근한 마음이 든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 쬐일 때, 건널목에 심어진 커다란 가로수의 그늘에 들어가면서 열기를 식히고는 한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을 가려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갔을 때, 그 가로수가 머리에 떠오르기도 한다.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그 노래를 기억하면서, 삶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 있어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삶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그 삶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 아닌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오늘.

그 오늘을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얼마나 복된 시간이고 귀한 시간인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메르스가 퍼지고, 탄핵사태가 이어지던 혼란했던 시절.

나의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세상을 떠났다.

50년 지기 친구는, 메르스 사태로 입원할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서 

입원을 기다리다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절망적인 생각을 하며 마지막 삶의 시간을 보냈을까......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는 나에게 늘 말을 한다.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그렇게도 살고 싶었던 내일이야"

"떠난 사람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을, 나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잖아"

그리고 나면,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생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어."


그렇다면 다음 생에 기대를 건다는 것인데,

만일 영원히 살 수 있게 된다면 무한히 기대해도 된다는 말이다.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미루고 또 미룰 테니까.


삶이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에 마음을 쏟아서 이루고 싶은 것이 아닌가.


많은 철학자들이 이야기를 한다.

"삶은 의무입니다. 그리고 기회입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