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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성진 Sep 03. 2024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말

"첫 단추를 잘못 뀄다." 


첫 단추를 잘못 꿰서 삶이 꼬여 버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후회의 말로 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말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첫 단추라는 말은 선택의 잘못이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입니다 

인생의 진로를 선택하는 일, 첫 직장을 선택하는 일, 첫 계약을 맺는 일.

이러한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으죠. 

첫 단추를 잘못 꿰서 인생이 꼬여버렸다고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의 앞으로의 인생은 절망적이 되고 말 것인가요?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로 시작을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그리고 그런 방법을 누구에게 배워야 할까요? 




첫 단추를 잘못 뀄다라고 말하는 순간, 긍정적인 생각은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말은 자신에게 스스로 하든, 남에게 하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와서 자신의 첫 번째 실패담을 이야기했다고 할 때,

"첫 단추를 잘못 뀄군요"라고 말해 주었다면, 그것이 위로가 되었을까요?

실패를 확실하게 해 주는 말을 한 것이 되어버린 것 아닌가요? 


만일 꼭 "첫 단추"를 넣어서 말하고 싶다면,

"첫 단추 꿰는 법이 좋지 않았지만, 그건 병가지상사지요.

누구나 경험하는 일 아닙니까?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걸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해 준다면, 듣는 사람은 

"그래, 처음 하는 일이라서 실패했지만, 다음 기회에는 더 열심히 하면 되지"라고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을 것입니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진단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논쟁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누르려는 논쟁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 잘 아는 일입니다.

논쟁에서 이긴다고 무슨 소득이 있겠습니까?

속 좁은 사람이라든지 쌈닭이라는 평판 말고 얻을 것이 없겠지요.


오히려, 상대방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한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을 먼저 한다면

상대방도 내가 할 이야기에 마음을 열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겁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기로 하지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보니 좀 해쓱해 보였습니다.

어떤 말이 제일 먼저 나올 것 같습니까? 


"무슨 일 있었니? 얼굴이 해쓱하구나"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그 친구의 마음이 위로받을까요?

더 가라앉을 것입니다.

굳이 지금의 상태를 진단해서 이야기해 주고 싶다면,


"야, 얼굴은 하얀데 표정이 매우 밝네! 좋은 일 있는 모양이지?"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그 친구는 좋았던 일이 뭐였지? 하고 생각하기 시작할 겁니다. 


대안이 없는 진단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상태를 나쁘게 합니다. 


나는 체중이 결코 가벼운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체력도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통통해 보이기도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살이 좀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나 사람이 이러더군요.

"살이 많이 빠지셨어요. 어디 아프셨어요?" 

이런 말에 대해서 요새는 마음이 동요되는 일이 없습니다만,

예전에는 "내가 무슨 병이 생긴 걸까? 왜 만나는 사람마다 살 빠졌다고 그러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건강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약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면, 들은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마음이 마구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도움도 안 되는 이야기를 왜들 하는 걸까? "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로 들리기 시작하니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결코 예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무심결에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야, 얼굴 좋아 보이네! 지난번보다 훨씬 좋아 보여!"라고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래요?" 하면서 활짝 웃어 주었습니다.

그리고서는 밝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요. 


마음이 분해지면 사람들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상대방에게 쏴 붙이기 일쑤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소리를 높이면서 다툽니다.

"요새 아무개 있잖아, 걔 괜찮아 보이더라. 말하는 것도 괜찮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친구 하나가

"뭐가 괜찮아? 계 형편없는 애야. 걔 말하는 투가 그게 뭐냐?!"

그리고서는 둘이서 좋다 나쁘다를 가지고 논쟁을 합니다. 


연예인이 좋으면 자기에게 뭐가 좋은 것이 오는 것도 아니고,

나쁘면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목청을 높이면서 다투는 이유가 뭘까요?


이런 하찮은 대화로 에너지를 잔뜩 소모한 둘은,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는 안 볼 생각을 하면서 헤어집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영원히 이 우주에 기록이 된다고

데이비드 호킨스(1927~2012)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말로 이 우주를 아름답게 장식하고서 떠날 수 있다면 의미 있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남긴 것으로 이 우주가 오염된다면 슬픈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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