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맞고 다니지 마. 쳐 울고 다니지 마. 싸돌아다니면서 백미러나 쳐부수지 말고. 그냥 나랑 놀아. 나랑 놀자. 내가 놀아줄게.
- 언제부터였을까. '놀자'라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건. 누군가를 만날 땐 늘 어떤 목적이 있어야만 했다. 함께 밥을 먹든지, 당구를 치든지, 게임을 하든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그저 놀자고 누군가를 부르는 일은 이젠 없다.
어떤 이가 그리울 땐 술이라도 마시자고 해야 만남이 이루어진다. 하다못해 서로가 서로를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원하는 사이, 그러니까 썸을 타는 관계에도,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명분을 사람들은 남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타인을 만나야 할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0년의 시간을 함께 나눈 동만은 애라에게 아무런 이유를 남기지 않는다. 그저 ‘나랑 놀자’ 고만 말한다. '내가 놀아줄게'라고만 말한다. 그 말들이 그래서 더 애틋하게 남는다.(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