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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Jul 20. 2021

<응답하라 1994>(2013), 리뷰


사람들은 꿈꾼다. 기억의 시작을 함께 한 소꿉친구를. 서로의 과거이자 현재인 누군가를.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며, 부러 연락을 하지 않아도 늘 옆에 있는 것만 같은. 어느 인형의 아빠와 엄마였지만, 결코 부부는 아니었던 장난의 상대를. 가족같이 편한 존재지만 결코 가족은 아닌, 이성의 친구를.


<응답하라> 시리즈는 묘하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와 닮아있다. 남매 같은 사이였던 두 주인공에게서 시작되는 사랑, 상대를 너무나 아꼈던 마음들, 늦어진 사춘기와 함께 늦어졌던 고백. 누구보다 좋은 사람인 그들의 연인, 바로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친구.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이었지만, 동시에 짝사랑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들. 특히 윤제와 시원의 키스 장면에서 델리스 파이스의 ‘고백’이 들려질 땐, <H2>의 히로와 히까리의 모습이 겹쳐져 마음이 더욱 뭉클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은 이들이 만들어가는 좋은 사랑, 그 관계에 뛰어든 또 한 명의 좋은 사람, 그리고 그들의 곁을 지키는 좋은 가족과 좋은 친구들이 이 드라마를 더욱 좋아지게 만든다. 반칙도 없고 괜한 신경전도 없다. 페어플레이 속에서 이야기는 사람들의 가슴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 히로가 히데오에게 던진 마지막 직구처럼, <응답하라>는 마음 한복판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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