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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Jul 24. 2021

<지산 락페스티벌> 후기

2013년, 지산


시대의 저항정신이라는 락의 스피릿엔 왠지 모를 위화감이 맴돌았다. 그것은 마치 음악의 귀결점이 된 것처럼 느껴졌고, 대중과의 접점이 멀어질수록 오히려 더 저항적이고 진보적인 음악이 되어버리는, 역설의 독주獨奏를 독주獨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락의 페스티벌은 그런 선율의 정점이라고 생각하여 부러 거리를 두곤 했었다.


현장은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락의 너무 스프릿이 충만하여 락부심에 젖은 이들도 있었을 테고, 반대로 그 스피릿이 너무 빈곤하여 단지 허세를 느끼고 싶었던 이들도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지산의 행사장을 감싸는 분위기는 락적이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페스티벌적이었다. 대학 축제의 느낌마냥 사람들은 들떠 있었고, 그러면서도 더 다양한 류의 사람들이 축제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음악에 심취한 이들은 앞으로 나가 몸을 흔들었고, 조용히 맥주를 마시며 잔디에 앉아 분위기를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또 누군가는 아예 자리를 펴고 완전히 누워 햇살과 바람에 젖어 음악과 시간을 흘러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노브레인은 '폭력과 섹스에 지친 영혼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고, 또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밴드들은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함께 흥을 돋웠다. 델리스파이스는 온 국민이 다 아는 노래를 같이 불러보자며 HOT의 캔디를 모던락풍으로 재해석한 연주를 하였고, 사람들은 다 함께 - 햇살에 일어나 보니 너무나 눈부셔를 외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H2>보다 <응답하라 1997>로 더 유명해져 버린 '고백'의 기타 솔로를 직접 들었을 땐 아련했던 시절의 추억들이 다시 떠올라 괜한 감상에 젖기도 하였다.


문화가 산업을 통해 그 외연을 확장해 나갈 때엔 자연스레 산업의 내포들이 문화의 틈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래서 문화산업의 표면을 흐르는 흥과 즐거움의 이면에는 자본의 이해와 힘의 논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락이라는 음악에 대한 진입장벽과 자본의 새로운 개척점으로서만 기능하는 페스티벌에 대한 우려 속에서 락페스티발의 성장은 그것의 위기와 접점을 마주하는 듯하다. 그 이후의 행방이 아직은 묘연하나. 이제 처음 그 즐거움을 조금 알게 된 사람으로서는. 그저 다시 한번 햇살에 더불어 흐르는 바람과 함께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은 마음이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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