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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Jun 20. 2022

팀 워리어스의 4번째 우승


 

2019 NBA 파이널이 끝난 뒤 케빈 듀란트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떠난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년 이상의 결장이 불가피했음에도, 1년 뒤에 회복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폼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음에도 그를 원하는 팀은 많았다. 브루클린 네츠는 그중 한 팀이었다. 


 더 심각한 부상을 당한 클레이 탐슨은 2년 넘게 코트를 밟지 못하게 되었다. 팀 워리어스를 구성했던 선수들이 하나 둘 팀을 떠나기 시작했으며, 커리의 나이 역시 전성기를 지나가가고 있었다. 황금세대를 이끌었던 주역들의 높은 연봉은 추가적인 선수 보강을 어렵게 만들었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왕조는 끝났다, 왕조는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힘들 것이라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커리는 끝끝내 파이널 MVP를 타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히어로 볼이 되지 않는 슈퍼스타. 농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커리였지만, 어느새 사람들은 제임스 하든과 데미안 릴라드를 더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15승 50패. 다음 시즌 워리어스가 거둔 성적이었다. 직전 다섯 시즌을 연속으로 파이널에 진출했었던 팀이, 몇 해 전 73승 9패로 NBA의 역사를 새로 세웠던 팀이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들의 운명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났다. 특별한 전력보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듀란트의 자리는 위긴스로 대체되었고, 부상에서 돌아온 탐슨은 예전만은 못했다. 그린은 경기력은 들쭉날쭉했으며, 커리는 어느덧 34살이 되었다. 


 하지만 워리어스는 2022 NBA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커리는 생애 첫 파이널 MVP를 차지한다. 시즌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워리어스의 우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반의 상승세가 꺾이고 겨우 3위를 유지하며 맞이한 플레이오프에서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워리어스의 탈락을 예측했다. 언더독이 된 그들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채, 단 한 번의 엘리미네이션 위기 없이 4번째 우승 반지를 거머쥔다.


 파이널 6차전이 끝나기 직전, 울먹이는 커리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담겼다. 벌써 4번째 우승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커리의 모습은 수많은 농구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커리, 탐슨, 그린 3명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지난 몇 년 간 3번의 우승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첫 번째 우승은 상대팀 주전들의 부상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우승은 듀란트의 버스를 탔다는 조롱을 당했었다. 특히 커리는 3번의 우승에도 한 번도 파이널 MVP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끊임없는 평가 절하를 당했다.


 그럼에도 커리와 워리어스는 그들의 의문에 다시 한 번 결과로 증명해냈다. 34살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커리는 쉬지 않고 공간을 만들어냈고, 시리즈 후반 체력의 한계를 느낀 탐슨은 수비에 몰두하며 팀을 지탱했다. 그린은 지금까지의 파이널 시리즈 중 가장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위긴스와 루니는 팀플레이를 위해 헌신했고, 조던 풀은 스플래시 브라더스의 새로운 한자리를 예약했다.  


 역사상 최강의 팀으로 꼽히던 그 시절만큼의 강력함은 없고, 왕조라 불리기에도 아직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올 시즌 워리어스의 우승은, 그 어떤 우승보다 낭만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체이스 센터에서 그 낭만을 직접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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